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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의 飛翔] ④ ‘항공산업 재편’ 조원태 회장 과제는

[조원태의 飛翔] ④ ‘항공산업 재편’ 조원태 회장 과제는

기사승인 2021. 04. 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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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결합·경영권 분쟁·상속세·신뢰회복 등
코로나19 지속 아시아나 동반부실 우려 딛고
통합 땐 글로벌 10위권…'메가 케리어' 뜰까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 서면합의로 한숨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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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시리즈컷
‘항공산업 재편’.

4월로 취임 2주년을 맞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앞에 놓여진 최우선 과제다. 국내 2위권인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그 자회사인 에어서울·에어부산 등 저비용 항공사(LCC)까지 한진그룹으로 흡수되는 일이 훗날에도 ‘잘한 일’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돼왔던 글로벌 시장의 대형화 추세에 시의적절하게 합류하며 위기의 항공산업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호평을 후대에 받을 수 있을까.

정부 주도로 조 회장이 추진하는 항공산업 재편과 관련해 기대와 우려가 섞여 나오는 까닭은 아시아나항공이 애초에 매물로 나오게 된 배경이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계열사 재무 부담을 지원하다가 동반 부실에 처했던 과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이같은 사례를 답습하지 않도록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반면교사 삼아야만 성공적인 항공산업 재편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연착륙 방안과 화학적 결합을 위한 방안들을 내놓고 임직원들 및 국내외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안으로는 경영권 분쟁이 소강상태지만, 누이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포함한 제3자연합이 언제든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둬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부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인한 수천억대 상속세 재원 마련은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른다. 또 조 회장 일가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박힌 만큼 대내외 신뢰도 제고도 주요 과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한항공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0.55% 내린 2만7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4일 3조3000여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1억7361만1112주가 신규 상장되며 물량 부담이 커졌음에도 6거래일새 1.7% 상승한 수준이다. 통합 국적 항공사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지부진했던 서울시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 서면 합의 소식도 이날 전해지면서 대한항공 자구계획안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송현동 부지 매각가는 최소 5000억원이 넘는 거래로 전해진다.

이번 항공산업 재편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여객 수요가 ‘제로(0)’에 가까워지며 산업 자체의 존폐 위기를 맞으면서다. 세계 항공시장에서 단번에 10위권으로 오르게 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자회사들의 모든 부채까지 같이 떠안게 되는 점은 부담이다. 이번 인수·합병 주체인 정부와 KDB산업은행, 한진그룹은 통합 국적 항공사가 탄생할 경우 ‘규모의 경제’가 실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지만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야 가능한 얘기다.

백신 수송 소식이 들려오고 있음에도 코로나19 사태 종식 자체가 불분명한 탓에 하늘 길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인 점도 조원태 회장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대한항공뿐 아니라 호텔·관광·항공업을 주 무대로 하는 한진그룹 전반의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에 가속 폐달을 밟는 격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아시아나항공을 매물로 내놓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꼽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사들였다가 인수가를 감당하지 못해 재매각에 그치지 않고 계열사들도 줄줄이 구조조정 매물로 내놓으며 그룹 전체가 쪼개진 바 있다. 이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에 나서겠다며 핵심 캐시카우였던 아시아나항공을 활용했다가 유동성 위기가 전이돼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차였다.

인수 후에는 화학적 결합도 이뤄져야 한다. 하나의 그룹으로 소속돼도 분열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사업 추진동력 자체를 잃을 수 있는 탓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이날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 자회사, 한진정보통신-아시아나IDT 등 IT자회사까지 순차적으로 합병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양 사의 합병을 주도한 것은 단순히 산업정책적인 고려를 넘어 항공산업이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합병이 실현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 데다 자칫 합병의 결과가 기대한 만큼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비효율과 폐해가 야기될 경우 비판 또한 더욱 거셀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원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과 그 자회사들을 인수한 뒤 연착륙시키면서 동시에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 수 있어야 진정한 통합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의미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진그룹의 해상운송사업은 실패의 역사로 남겠지만, 항공 여객 및 물류사업은 ‘40대 젊은 피’ 조원태 회장의 결단으로 새 역사를 쓰는 기로에 놓인 셈이다.

안으로는 부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 타계 이후 타올랐던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주주총회를 정점으로 사그라들었지만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KDB산업은행이 한진칼 10.7% 지분을 확보해 조원태 회장 측 우호세력이 된 데다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지난 26일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찬성표 84%를 얻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현재로선 경영권 분쟁은 무의미해진 상태다. 그럼에도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달 초 한진칼 주식 5만5000주(0.08%)를 장내매도가 아닌 시간외 거래로 KCGI에 팔아치운 점은 3자연합 결속 관계 지속에 대한 일종의 예고로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상속세 재원 마련도 그룹 경영권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조원태 회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 동생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는 약 27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조원태 회장 삼 남매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각각 600억원씩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지난해 한진칼과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급여 31억원, 지난 26일 그룹 계열사 정석기업 지분 3.83% 중 0.76%를 팔아 약 30억원 등 60여억원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이밖에 일련의 사건들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오너일가 문제와 관련해선 신뢰도 회복을 통한 쇄신 과제가 꼬리표로 따라붙는다. 2019년 4월 조원태 회장이 취임하며 밝힌 ‘한진그룹의 미래 100년 도약’은 이같은 과제를 풀어야만 그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향후에 유사한 사례가 일어날 경우 어떻게 구체적으로 경영에서 배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명시적 규정을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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