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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부담금 부과는 여러 측면에 보면 형평성에 반한다. 부담금은 여러 정비사업 중에 유독 재건축에만 부과한다. 하지만, 재개발은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노후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사업주체인 시행자 요건도 거의 동일하다. 차이라면 정비기반시설이 양호한 곳인가 아니면 열악한 곳인가의 차이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개발이 더 큰 이익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재개발의 개발이익은 별도로 환수하지 않는다. 이것이 형평성에 맞을까. 또 부동산시장 과열을 야기 시킨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사업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원인제공자로 지목돼야 할 단지들은 사라지고 남은 단지들과 부동산시장 과열과 그다지 연관성이 떨어지는 타 지역 재건축 조합들에 천문학적 부담금을 안기는 것이 과연 형평성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이 밖에 보유기간, 보유자가 누구이든지간에 준공 시점의 조합원만 독박을 쓰는 구조도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배제되고 있어 형평성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부담금 부과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정부는 1994년 헌법재판소 토지초과이득세 위헌 여부 판결에서 헌법정신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토지초과이득세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의 전체맥락은 토지초과이득세 세율과 관련된 부분에서 평가의 객관성 보장이 대단히 어려운 미실현 이득을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에 재산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어, 정부의 표현처럼 단정하긴 어렵다. 정부는 부담금을 거두어갈 뿐이고, 부담금을 납부한 뒤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은 고스란히 조합원 몫인 점도 문제다.
미실현 이익의 환수는 실거주 목적 혹은 1주택 보유자 가리지 않고 조합원 모두에게 사업종료 후 천문학적 부담금을 내든지 아니면 그 지역을 떠나도록 종용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특히 근로소득이나 현금 보유가 거의 끊어진 은퇴자·고령자인 조합원들은 다주택자도 아니고 투기수요도 아닌데 과중한 부담금을 안길 경우 주택 처분 후의 이주 외에 다른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사실상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행사 또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재건축 조합원의 개발이익에 대해 손 놓고 있으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재건축 등을 통해 개발이익이 많이 생기면 양도할 때 양도이익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최대 42%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수준으로 부과된다.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경우에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부과된다. 즉 정부 스스로가 관련 세제 등을 통해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만반의 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있는 셈이다. 부담금도 사실상 조세와 다름없다. 규제가 넘치고 있는 마당에 거의 사문화되었던 규제의 부활과 수혈은 어찌 보면 중복규제이고 기존 규제의 효과에 대한 정부의 자신감 약화로 비춰질 수도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던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두성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