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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옆사람 얼마나 믿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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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기자

승인 : 2018. 10. 09. 18:15

권태욱
권태욱
얼마전 우리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지표가 발표돼 눈길이 갔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겸임연구위원이 최근에 발표한 ‘저신뢰 각자도생 사회의 치유를 위한 교육의 방향’ 보고서에는 우리 사회의 사회자본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자본(Social Capital)’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협력을 촉진하는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제도, 규범, 관계망, 신뢰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보고서에는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수 있다’고 동의한 국민 비율이 한국은 1981~1984년 38%에서 2010~2014년 27%로 크게 떨어졌고 일본(41→39%), 미국(43→35%) 등 보다 하락폭이 훨씬 컸다. 반면 독일(31→45%)과 스웨덴(57→62%) 등은 사회적 신뢰 비율이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유엔이 발표한 세계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155개국 중 55위였다. 2015년 47위에서 더 낮아진 것이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린 요인 중에는 의지할 친구가 적고, 기부나 자선 등 관대함이 적으며, 아직도 부정부패가 적지 않다고 인식하는 등 사회적 지지나 연대감, 공적 신뢰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처음 만나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등 사회적 신뢰의 수준이 선진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더욱이 우리사회의 신뢰수준이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우려를 더했다.

우리 스스로 만든 낮은 신뢰사회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간 우리 사회는 낮은 신뢰로 인해 고질적인 갈등문화만 자라났다. 대립과 불신이 판치는 불건전한 풍토에서 원칙이 반칙에 의해 좌절되고 상식이 특권에 의해 훼손돼 왔다. 협력보다는 개인플레이를 선호하고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의 확산, 연대의식이 약한 가운데 좁은 범위의 폐쇄적 집단 내부의 이익만을 챙기고 사회규범을 무시하는 행태들이 만연해 왔다.
개인간 또는 조직상호간 불신은 협력, 타협, 양보 등을 파괴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양식으로 결국 공동체와 사회의 발전을 저해했다.

협업과 동업 대신 무한경쟁과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지배하는 사회는 신뢰가 부족한 사회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돼버렸다.

이처럼 낮은 신뢰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한단계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사회자본을 끌어올려야 한다. 사회자본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바로 신뢰형성이다.
내가 상대방을 불신하면 상대방 역시 나를 불신한다. 내가 상대방에 대해 ‘믿는(trustful)’ 마음을 갖는 동시에 내가 상대방에게 ‘믿을 만하게(trustworthy)’ 보여야 한다.
또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등 동질적인 사회 관계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학연, 혈연, 지연 중심의 전통적인 형태의 관계망이 활성화돼 있는 반면 공공성이 높은 사회·시민단체 가입은 저조하기만 하다. 사적 연결망이 공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은 사회자본, 특히 신뢰를 확충하는 주요한 통로에 해당한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속에서 사람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다른 집단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축적할 수 있다. 기계는 사 올 수 있고 기술은 빌려 올 수 있다. 심지어 사람도 빌려 쓸 수 있다. 하지만 신뢰는 빌려 올 수가 없다.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다.
권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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