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원유 1배럴 사면 37달러 받는다...WTI 원유, -37달러 거래 마감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 배럴당 -37.63달러 거래 마감
사상 첫 국제유가 - 기록...코로나19 대유행, 원유 수요 급감
"원유 저장하면 돈 버는 상황"
트럼프 "7500만배럴 전략비축유 구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유가 하락을 이용해 7500만 배럴의 원유를 구매해 전략비축유를 보충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워싱턴 D.C. AP=연합뉴스

미국산 유가가 마이너스(-) 37달러로 추락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으로 1배럴의 원유를 구입하면 37달러를 주겠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수급 거래의 결과가 아니라 원유 수요가 완전히 실종되면서 수치상의 마이너스 유가가 현실화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기이한(bizarre)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 약 305% 폭락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선물 투자자들이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앞두고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5월물 거래는 약 12만6000건에 불과했지만, 6월물 거래는 80만건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이날 마이너스 유가는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왜곡됐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실제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25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코노미스트 레이드 이안손은 “원유를 저장할 곳만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이는 석유를 구입할 절호의 기회”라며 7500만 배럴의 원유를 구매해 전략비축유를 보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 가격이 “지금 많은 사람에게 매우 흥미로운 수준에 있다”며 “비축유가 가득 차는 것은 오랜만에 처음일 것이다. 우리는 적정한 가격에 원유를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각국의 원유 저장시설은 가득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유시설·저장시설·파이프라인, 심지어 바다 위의 유조선도 원유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미 경제매체 CNBC방송도 “저장 탱크는 이미 채워져 더는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주 2000만배럴 가까이 늘었다. 1100만배럴 증가를 예상한 전문가들의 눈높이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