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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이재용 기소와 한국 반도체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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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기자

승인 : 2020. 09. 01. 18:09

홍선미
홍선미 경제산업부 기자
검찰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1일 기소하면서 삼성의 앞날에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미·중 무역분쟁 등의 악재 속에서도 굵직한 투자를 단행하며 미래를 준비하던 삼성에 또다시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이번 기소가 삼성에 더 큰 불안감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의 기시감 때문이다. 당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사업구조 재편, 대규모 시설투자 등이 거의 정지되는 등 총수 없는 기업 경영이 얼마나 힘겨운지 삼성은 뼈저리게 겪었다.

특히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를 세우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 총수가 다시 재판에 휘말리게 된 상황은 삼성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17%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삼성이 최근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609억 달러 규모에서 내년 810억 달러로 30%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지난 2018년 올해까지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고용하겠다는 굵직한 계획을 직접 밝힌 것도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더 큰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비전과 맞닿아 있다.
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최근 첨단 반도체 개발, 양산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추격하는 삼성을 멀찌감치 따돌리려 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에는 큰 부담이다. 그 어느 때보다 총수의 통 큰 결단력과 베팅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기소는 깊은 탄식을 부른다는 전언이다. 재계 역시 이 부회장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된 만큼 향후 몇 년간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기소가 한국 반도체의 진격에 큰 걸림돌이 될지 여부는 훗날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삼성전자의 반도체, 나아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이 부회장의 기소로 고비를 맞았다는 우려는 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홍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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