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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12년 전 악몽’ 반복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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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기자

승인 : 2020. 12. 16. 17:59

KYS
김예슬 사회부 사건팀 기자
“여기 있는 분들, 12년 전에는 다들 뭐 하다가 이제 와서 난리예요?”

조두순이 출소한 지난 12일 그의 집 앞에 몰려든 취재진과 유튜버들을 향한 한 시민의 일침이다. 이날 조씨의 집 앞은 취재진과 유튜버, 그들을 막는 경찰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150여 명의 유튜버가 조씨의 집 앞에 모여 생중계를 하며 “구독 눌러주면 쳐들어가겠다”는 등 후원을 유도하기도 했다.

조씨 출소 날 풍경은 범죄자에 대한 언론 보도를 반추하게끔 한다. 대다수 언론은 과거 조씨의 사건을 피해자의 이름을 붙여 ‘00이 사건’이라 불렀고, 범행을 구체적이고 자극적으로 묘사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일삼았다. 주민들 역시 벌떼처럼 몰려드는 기자들에게 시달려야만 했다. 12년이 지나도 보도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조씨의 출소를 앞둔 지난 몇 달간은 ‘그가 돌아온다’ ‘출소 D-100’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조씨가 출소하자 급기야 수감 시절 상식을 벗어난 그의 인간성을 조명하기도 했다.

우려되는 점은 대부분의 보도가 ‘조씨가 얼마나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인간인가’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범죄자를 ‘악마화’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의 행각을 부각할수록 사람들은 조씨의 범죄를 변태적이고 잔인한 이가 벌인 ‘일탈’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결국 조두순만을 응징하고 처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런 사고는 또 다른 조두순을 막을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성범죄의 구조적 측면을 가린다. ‘악마 같은 범죄자’라는 사고의 틀 안에서 범죄는 ‘악마’ 같은 한 사람만 처단하면 끝날 문제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범죄자에 대한 ‘악마화’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흉악 범죄를 막을 실효성 있는 형사 정책에 대한 논의를 가로막을 뿐이다.

이제는 범죄자 한 명을 헐뜯기보다 피해자 구조와 가해자의 교화를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할 차례다. 사법·행정·입법부에 물어야 할 책임을 뒤로 한 채 ‘악마’만을 물어뜯는다면, 우리는 12년 전과 달라질 수 없다.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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