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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질 발견·변질 등으로 인한 과도한 손해배상 요구와 같은 억지주장이 접수되면 진위여부를 떠나 기업 이미지 손상 등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 위해 사업자는 일단 급한 불을 끄는 의미에서 소비자의 지나친 요구를 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 불만에 대한 ‘문제 해결’ 여부 만큼 그 과정에서의 소통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업자의 대응 노력이 부족해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업자가 관련 불만에 대한 처리 상황, 수용되지 않는 이유 등과 같은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유만 해 줘도 소비자의 화난 마음이 누그러 질 수 있다. 소비자의 불만 내용이 경영의 주요 의사결정권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기업은 선의의 불만 제기나 민원이 악성 민원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소비자의 악의적인 ‘소소한 갑질’이 늘어나면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서비스업 근로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고 소비자주권도 실현하려면 서로 간의 의사소통·상호존중과 배려·이해와 용서 등 다양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기업의 횡포로부터 보호받아야 했던 약자 위치의 소비자가 언젠가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슈퍼 갑’이 됐다. 물론 접점 직원 및 감정 노동자를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도 중요하지만 악성적 소비자라고 해서 무조건 위법행위로 신고, 업무방해죄 적용 등 기업의 법적인 대응이 능사는 아니다. 궁극적인 타협과 조정이 되는 양자 간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악성 민원은 기업 업무에 지장을 주고 결국 일반 소비자들에게 서비스 지연, 제품이나 서비스가격상승 등의 피해로 이어진다. 소비자 갑질은 일부 소수 소비자에 의해 일어나는데 피해를 보는 건 대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들이다. 기업에서 과다한 금전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를 경험 해 봤다면, 다음에 불만을 접수하는 소비자는 일단 블랙컨슈머라는 색안경을 끼고 접근하게 될 것이다. 순식간에 선량한 소비자가 블랙컨슈머로 매도되는 것이다. 이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모두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 같은 소비자 횡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발생에 대한 명확한 이해, 체계적인 대응, 문제를 공유하는 자리,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한 이해·용서·화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기업의 소비자불만상담 기술 부족과 비일관성·과잉대응 등에 소비자의 과도한 요구가 더해져 우리 사회가 어느 순간 녹음과 촬영·폭로·고발이 만연되고 있다. 양자 간의 명확한 수칙과 합의된 기준이 마련돼야 소비자권리 확보와 감정노동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소비자는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니다. 기업과 근로자도 언제나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니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 갑과 을이 될 수 있다. 갑의 위치가 순식간에 을의 위치가 되고 을이 슈퍼 갑이 되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나도 모르게 내가 갑질을 하기도 하고 또 갑질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내가 하는 것은 권리 실현이고 남이 하는 것은 갑질이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도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용서 그리고 타협이 가장 중요하다.
블랙 컨슈머와 감정노동자 간의 문제를 넘어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 개인과 조직 간의 관계 등 우리의 삶 전체에서 균형 있는 시각, 발생 원인과 해결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 검토, 그리고 무엇보다 용서와 이해, 참는 미덕 양보가 이제 더욱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