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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차이나머니 빌리면 부채 함정? 위기의 일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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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22. 08. 24. 17:30

아프리카 간 블링컨, 중국 일대일로 견제
지난해 11월 18일 아프리카를 순방에 나섰던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제프리 온예마 나이지리아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를 빗대 "과도한 부채를 떠안겨서는 안된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사진=AP·연합뉴스
중국의 일대일로(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사업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서방 국가들의 거센 도전과 차이나머니를 빌려쓴 일부 개발도상국들의 반발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3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아프리카 대륙에 50억달러(6조706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오는 27일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국제회의인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이 같은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시다 총리가 직접 아프리카 국가들을 향해 6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아프리카의 향후 경제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판단 하에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이곳을 선점해온 중국을 견제하고 일정 지분을 빼앗겠다는 것입니다. 기시다 총리가 아프리카 투자계획과 관련해 인프라 투자보다는 인재육성 측면을 강조할 예정인 점도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결국 중국과 차별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인 셈이죠.

일대일로 견제에 나선 것은 비단 일본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7개국(G7) 정상은 지난 6월 독일에서 개최된 정상회의에서 개도국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 추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7년까지 개도국 인프라 사업에 6000억달러(약 780조원)의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게 핵심 골자입니다.

G7 정상회의 후 미국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PGII 투자는 환경, 정보통신, 성평등, 보건 등 크게 4개 우선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특히 자금 지원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정보격차 축소 등 진보적 가치를 내세운 점이 중국의 일대일로와 차별화된다는 게 미국 측 설명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최대 3000억유로(약 400조원) 규모의 별도 투자계획을 수립·발표했던 EU는 아예 한술 더 떠 "부채로 곤경에 빠지는 위험을 제한하기 위해 공정한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며 중국과의 차별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일대일로 사업으로 아프리카 등 개도국을 '부채의 함정'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받아온 중국의 아픈 상처에 소금을 제대로 뿌린 것이죠.

중국 '위안왕5'호 맞이하는 스리랑카 항구 직원들
지난 16일(현지시간) 스리랑카 함반토타항에서 열린 중국 측량선 '위안왕5'호 환영식에서 항구 직원들이 스리랑카와 중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위안왕5호가 스파이 임무를 띠었을 수도 있다는 인도의 우려에도 스리랑카 정부는 함반토타항 입항을 허가했다. 위안왕5호는 연구·조사선으로 분류돼 있으나 인도는 중국이 함반토타항을 군사 기지로 사용하며 인도양에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아시아를 발판으로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중국의 신(新) 실크로드 전략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각국을 연결하는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해 무역과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찬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일대(一帶)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일로(一路)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일컫습니다. 일대일로가 구축되면 중국을 중심으로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의 60여개국을 포함한 거대 경제권이 구성됩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9~10월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처음 제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2016년 1월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아시아 지역 개도국을 대상으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다자개발은행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자본금 1000억달러(약 120조원) 규모로 출범시킵니다. 시진핑 주석의 야심작인 일대일로 사업을 빠르게 실현시키기 위한 일종의 프로젝트기금인 셈입니다.

하지만 일대일로는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된 후 6여년이 지난 지금 개도국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이 해외로 도주해야 할 만큼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진 스리랑카가 중국이 쳐놓은 '부채의 함정'에 빠진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특히 스리랑카가 대규모 차관을 도입해 2010년 건설한 함반토타 항구는 누적된 운영적자를 견디다 못해 2017년 항만 지분 일부를 중국 국영기업에 매각하고 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까지 넘겨 국민적 분노를 샀습니다.

지난 9일 치러진 대선 후폭풍(선거 불복)에 시달리고 있는 케냐도 일대일로에 따른 부작용으로 시끌시끌한 국가입니다. 이번 선거에선 반중(反中)을 기치로 내세웠던 윌리엄 루토 현 부통령이 친중 정책을 폈던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이 지지한 라일라 오딩가 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루토 당선인은 2017년 중국의 대규모 자금으로 완공됐지만 계속된 적자운영으로 애물단지가 된 표준궤도철도(SGR) 사업을 언급하며 중국에 더는 돈을 빌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케냐 사례와 같이 막대한 차이나머니로 인프라가 건설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채의 함정에 빠진 아프리카 개도국은 현재 17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다급해진 중국은 이들 국가들이 지고 있는 부채 일부를 탕감해주겠다며 달래기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가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중국은 최근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건설한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에 자국 측량선 위안왕 5호를 보내 국경분쟁으로 가뜩이나 사이가 좋지 않은 인도 등 주변국들의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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