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특별 기고] 독점적 디지털 플랫폼 규제 강화 미국과 방치 한국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309010004795

글자크기

닫기

특별취재팀

승인 : 2023. 03. 10. 07:00

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AI는 중립적인가?' 저자
미, 언론사의 공정 알고리즘 접근 권한 보장
알고리즘 투명성 강화 움직임
네이버, 정보 편향성 강화
정부, 뉴스제휴 관행 규제, 알고리즘 공개 투명성 높어야
박재형
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
디지털 경제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금융 부문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까지 디지털 경제는 매년 평균 6.8%씩 성장했다. 1970년대 근대적 규제 국가의 부상 이후, 전체 경제 중 그 어떤 부문도 전반적 규제가 시행되기도 전에 그러한 성장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급성장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이터 시스템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중요성이 과소 평가되고 있다.

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 목표는 '혁신'이다. 그런데 미국이나 한국이나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기 위한 규제는 쉽지 않다. 급속한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는 동안 언제 무엇을 혁신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것인지 등 많은 결정은 정부보다 기술기업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술기업들은 "기업에서 하는 일을 모두 정부의 허가를 받는다면,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술의 오용과 남용 문제를 예방하는 조치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디지털 경제의 성장 과정에서 혁신과 관련된 많은 결정이 정부가 아닌 기술기업에 의해 이루어지며 '무허가 혁신(permissionless innovation)'이라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혁신에 의한 경제 성장을 부인할 수 없지만, 데이터 시스템과 알고리즘의 대량 확산은 무허가 혁신의 모습으로 사회에 광범위한 해악을 미치기도 했다. 또한 정보기술(IT) 등 혁신에 초점을 맞춘 분야에 대한 규제의 어려움은 국가적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새로운 규제기관, 즉 미국의 경우 연방거래위원회(FTC)와 같은 기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많은 산업에서 알고리즘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을 이용하는 것은 기존 법률의 규제와 집행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의 건강보험 회사들은 인종적으로 편향된 방식의 진료를 우선하는 위험한 예측 도구를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으로 발생한 직접적인 해악, 특히 독점적 디지털 플랫폼의 알고리즘 차별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조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화상 면접 자동화에 이용되는 인공지능 시스템도 의심의 여지 없이 중대한 결함이 있다. 이는 미국 장애인법을 위반해 장애인을 차별하는지를 조사할 이유가 된다. 승차 공유 플랫폼 우버(Uber)와 리프트(Lyft) 운전자를 관리하는 알고리즘이 노동법 준수를 이유로 직원과 자영업자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디지털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제한을 위한 규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언론사의 공정한 알고리즘 접근 권한을 보장하고, 알고리즘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알고리즘 사용과 관련된 문제를 피하려고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대한 규제는 최소한의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정책적 입장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인공지능 같은 방대한 데이터 시스템에 대한 관리 감독은 많은 정부 기관들에게 벅찬 작업일 수 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새로운 책임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디지털서비스(USDS)에 연방기관의 알고리즘 규제 역량을 뒷받침할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을 보강할 계획이다. 또한 안전한 데이터 환경을 구축하고 알고리즘에 대한 감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과 대통령 혁신 펠로십의 인력 충원 권한을 활용해 전문성을 높이는 등 관련 노력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는 독점적 디지털 플랫폼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언론사에 등급을 매겨 이용자에 대한 각 언론사의 뉴스 노출을 차별화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들의 자체적인 뉴스 노출 알고리즘 운영에 대해서는 언론사들과 이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계속된다. 이는 뉴스콘텐츠 비(非) 제휴 언론사의 뉴스를 차별화해서 노출함으로써 정보의 편향성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의 뉴스 제휴 관행을 규제하고, 노출 알고리즘을 공개하거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이끌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일치된 문제 인식과 해결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특별취재팀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