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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준 칼럼] 관심을 끄는 ‘GDP 1% 재정 투입’ 연금 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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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09. 13. 18:14

황남준
황남준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국민연금은 '정해진 미래'다. 언제, 얼마나 받을지 미리 정해져 있다. 사람과 나라에 따라 연금은 '축복'일 수도, '폭탄'일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은퇴 후 주 수입원으로 한 나라 사회보장제도의 바로미터이자 근간이다. 인체로 따지면 척추에 해당한다. 건강보험과 함께 사회보장제도의 양대 축을 이룬다. 국가 재정, 사회적 정년과 각종 보조금 등과 연계된 국민연금은 건강보험보다 사회적 범위와 액수 등 삶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국민연금 재정 상태와 지급액 규모에 따라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이 판가름 난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은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연금 재정이 튼실하고 연금 지급액이 '50% 이상의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OECD 국가의 최소 소득대체율은 50~75%)에 달한다면 안심해도 된다. 그런데 기금 재정이 바닥이 보이고 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30~40% 수준이면 얘기는 크게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이다. 고령화·저출산 추세가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진행되는 대한민국. 막다른 골목에 몰린 국민연금 개혁이 표류하고 있다. 연금 개혁에 대해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지 못하고 개혁 주체인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치밀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올 연초부터 봄까지 연금 개혁에 엄청난 홍역을 치른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2004년 적자 재정난과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연금 개혁에 성공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사례에서 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들 모두 연금 개혁에 정치생명을 걸고 치밀한 계획과 결기를 앞세워 연금 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지난해 연금 개혁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 그러나 연금 개혁은 가시밭길이다.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지난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된 이후 45년간 제대로 된 개혁은 거의 없었다. 약간의 제도 개혁이 1998년과 2007년 단 두 번 있었을 뿐이었다. 그나마 보험료율(9%)은 손도 못 댔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2033년까지)로 늦췄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소득대체율만 40%로 낮췄다. 연금 개혁까지 걸린 시간도 4년이나 됐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도 했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부분적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개혁에 손도 대지 않았다. 그 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2년이나 앞당겨졌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보험료율은 1988년 도입 후 9%에 머물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와 G5 선진국 평균 20% 수준 대비 크게 낮은 상태다. '연금 폭탄'을 후대에 고스란히 떠넘긴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를 열어 대략 9개 개혁안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를 다듬어 오는 10월 중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연초부터 가동했던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개혁안을 정부에 미룬 채 개점휴업 상태고 특위 산하 자문위원회도 개혁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최종 책임을 진 정부 재정계산위원회도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일부 위원들이 퇴장하는 파행 끝에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나 15%, 18%까지 끌어올리는 3개의 시나리오와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6세, 67세, 68세로 늦추는 별도의 3개 시나리오를 포함 최소 9개의 시나리오를 놓고 개혁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지만 치밀한 계획이나 강력한 추진력과는 거리가 먼 보여주기식 행보로 읽힌다. 정부는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보험료율 인상폭과 수급 개시 연령을 명시한 단일 개혁안을 내놓길 기대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단일안이 아니라 2~3개의 안을 제시할지 모른다고 관측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연금 개혁 복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면 현재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통과가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국민연금은 더 이상 노후 문제로만 접근할 수 없다. 정년 연장과 연계된 일자리 문제이고 신구세대 갈등의 핵심 영역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 안정과 존폐를 가름할 중대 변수가 됐다.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이고 시계열적인 문제를 일차원 단선적 단기적인 접근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복지 차원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고용과 재정, 출산의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물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 '모수개혁'이 핵심적이지만 사회적 어젠다와 함께 처리해야 할 복합적 사안이다. 현재 마련 중인 정부안이 과연 이런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까. 우하향하는 젊은 세대의 국민연금 가입률을 되돌릴 수 있을까.

한 전문가는 "저출산·고령화 인구구조 상 지금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모두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재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보험료율은 15% 수준까지 올려야 미래세대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험료율 인상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험료율 인상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은 대략 12% 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나머지 3%를 메울 수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방안들이 최근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그러면 미래 국민연금 부양 부담을 걱정하는 젊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고 수급개시 연장을 메울 수 있는 수단인 정년 연장 등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는 데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OECD도 지난해 "한국이 연금 개혁을 하지 못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가 현재 50% 수준에서 2060년 140%를 넘어설 것"이라며 공적연금 제도 기준 일원화와 공무원 연금 등 직역 간 불평등 해소를 권고했다. 연금 개혁 지연과 인구 구조 악화로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이 전가되는 상황에서 현세대가 재정 부담을 통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다른 전문가는 "지금부터 10년 동안 GDP의 1%를 매년 국고로 보조하는 재정지원이 가능하다면 보험료 인상을 3%포인트로 제한하거나 기금운용의 목표수익률을 6.3%까지 낮게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재정 투입 방안은 특히 젊은 세대의 국민연금 가입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대 간 협력을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심을 끄는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더 이상 국민연금 개혁을 미룰 수 없게 된 상황이라는 것은 이제 OECD 같은 해외기관에서도 다 아는 이야기다. 노후문제만이 아니라 정년 문제, 가입률 하락 문제, 인구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정치적으로 실행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GDP 1% 재정투입' 방안은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충분히 전향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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