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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박사이트 제작해 국내 범죄 관여…수조원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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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4. 02. 14. 11:44

불법 외화벌이 조직 '경흥정보기술교류사'
김정은 비자금 관리 ‘39호실’ 산하 조직 관여
국정원 "국내 사이버 도박 범죄 배후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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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흥 체류 중국 단둥 의류공장 관련 정보/제공=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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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14일 불법 도박사이트를 제작해 한국인 사이버범죄조직에게 판매한 북한 IT 조직원 신원을 비롯해 사이트 개발과 판매, 운영 실태 전반을 파악하고 관련 사진과 동영상 등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북한 IT 조직 단장 김광명이 북한 소속 사실 등을 자술한 SNS 내용./제공=국정원
북한 노동당 산하 IT 담당 부서가 불법 도박사이트를 제작해 국내 사이버범죄조직에 가담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조직원 일부는 한국인들의 개인정보도 탈취해 판매를 시도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에 따르면 중국 단둥에서 활동 중인 '경흥정보기술교류사'(경흥)의 15명 조직원들은 성인·청소년 대상 도박사이트를 제작·판매해 매달 1인당 500달러씩 평양에 상납했다. 이들 조직의 체류지는 조선족 대북 사업가가 소유·운영 중인 단둥시 소재 '금봉황 복식유한공사'라는 의류 공장의 기숙사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입수한 사진·영상에는 조직원 이름, 소속 등 신분을 밝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대화와 일감 수주에 활용한 중국인 가장용 위조 신분증까지 포함돼있다"며 "단둥은 중국에서 북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의류 생산 기지로 부상한 곳인데, IT 외화벌이 조직이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 체류하며 불법 외화벌이를 자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조직이 브로커를 통해 포털 사이트에 노출된 중국인 신분증에 본인 사진을 합성해 중국인 개발자로 위장한 뒤 SNS를 비롯,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일감을 물색했다고 했다. IT 업계 종사자의 경력 증명서와 박사 학위를 도용해 고수익을 보장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 제작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7년 대북제재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의거해 핵·미사일 개발 외화벌이를 차단해 북한인 신분으로는 중국에 일감 수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국내 도박 사이트 서버 구매 후 기업 기밀문서 해킹… 중국 내 은행 현금화→북한 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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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흥정보기술교류사 주요 조직원 신상 모습./제공=국정원
국정원은 아울러 조직이 도박 사이트 서버를 구매해 북한 IT에 제공했고, 해당 서버를 우리 기업의 기밀문서를 해킹하는데 이용했다고 했다. 불법 도박사이트 제작에는 건당 5000 달러, 유지·보수 명목으로 월 3000 달러를 받으며 이용자 증가 시 월 2000∼5000달러를 수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기업과 맞물려 한국인 개인정보 1100여 건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판매한 정황도 드러났다. 전문 디자이너를 두고 도박 사이트 운영자 취향에 맞는 디자인의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구매 유도를 벌이기도 했다. 관리자 권한으로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베팅을 자동으로 해주는 '오토 프로그램'에 악성코드를 심어 회원 정보도 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은 이렇게 국내에서 벌어들인 유지·보수비를 중국인 명의 은행 계좌, 한국인 사이버 도박 조직의 차명 계좌, 해외 송금이 용이한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 등을 활용해 대금 수수하고, 중국 내 은행에서 현금화한 뒤 북한으로 반입했다.

□ 국내 불법 사이버 도박의 배후…북한 깊숙이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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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불법 도박 사이트 제작·판매로 실제 운영된 사이트 화면/제공=국정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불법도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 기준으로 불법도박 매출은 2019년 81조5474억원에서 2022년 102조7236억 원으로 3년 만에 20조 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불법도박 모니터링 8만4184건 중 사이버 도박 건수는 8만3303건으로 전체 99%를 차지했다.

국정원은 "경흥 IT 조직처럼 해외에서 사이버 도박 프로그램 등을 개발·판매하는 외화벌이 조직원은 수천 명에 달한다"며 "대부분 중국에서 불법적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내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사이버 도박 범죄의 배후에 북한이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최초로 공개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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