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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지금 방송, 공기 아닌 흉기”… 野성향 이사교체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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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기자

승인 : 2024. 07. 04. 17:56

尹대통령,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
김홍일 사퇴 이틀만에 신속 내정
李 "노동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임명땐 민주 탄핵 재추진 불보듯
인사브리핑 참석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YONHAP NO-2565>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말하기 앞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윤 대통령이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자진 사퇴 이틀 만에 신속히 차기 방통위원장을 지명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언론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후보자는 이날 "지금의 공영방송은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고 비판하며 곧 임기가 끝나는 MBC, KBS, EBS의 새 이사진 선임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MBC 사장 교체 필요성을 부각한 것이다. 이를 막으려는 야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로 이진숙 전 대전문화방송 대표이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후보자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이 후보자와 함께 윤 대통령이 지명한 김완섭 환경부장관 후보자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3~4마디로 간단하게 지명 소감을 밝힌 것과 달리 이 후보는 따로 준비한 원고를 10여분 가량 읽으며 공영방송, 더불어민주당 등을 작심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전임 방통위원장의 사임에 대해 '정치적인 탄핵'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정치적인 탄핵 사태가 벌어졌나?" "현 정부가 방송을 장악했나? 과연 그런가?"라고 반문했다.

이 후보자는 '바이든-날리면' 보도 논란, '청담동 술자리' 보도 논란, '김만배 허위 인터뷰' 보도 논란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언론은 우리 삶을 지배하는 공기라 불리지만, 지금은 공기가 아닌 흉기로 불리기도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정부가 방송 장악을 했다면 이런 보도가 이런 기사가 가능했겠나"고 거듭 반문했다.

이 후보자는 "언론이 정치권력, 상업 권력의 압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먼저 그 공영방송들이 '노동 권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공영언론이 민주노총 등 정권에 반대하는 노동계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이를 바로잡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MBC, KBS, EBS 등 공영방송사의 이사 임기가 끝나면 마땅히 새 이사들을 선임해야 한다"며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야당이 다시 탄핵 추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야권은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방송장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이날 공영방송 차기 이사 선임 계획을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야당의 탄핵 추진 → 방통위원장 사퇴 → 새 후보자 지명'이라는 악순환이 예고된 셈이다.

방송 기자 출신인 이 후보자는 MBC에서 사회·국제·문화부 등을 거쳐 워싱턴 특파원, 보도본부장을 지냈고, 대전 MBC 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3년 이라크전 현장을 취재한 국내 첫 여성 종군기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이 후보자 외에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을 금융위원장으로, 김완섭 전 기재부 2차관을 환경부 장관에 각각 임명했다.
홍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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