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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우리는 큰 집 살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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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7. 15. 18:11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서울에 사는 30대 초반 미혼 청년의 얘기다. 결혼 후 살 집을 마련하기 너무 힘들다고 했다. 살 집이 있어야 보금자리를 꾸밀 수 있는데, 현실은 절대 녹록지 않다. 서울이 직장이라 서울 안에 살아야 출퇴근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남다를 바 없다.

그러나 서울에서 집 장만하기가 너무 버거운 게 현실이다. 결혼하면 방은 2개가 돼야 하나는 침실로, 다른 하나는 옷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행복주택(幸福住宅)'을 눈여겨보고 있다. 현행 주택공급 제도에서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역세권 등 요지에 삶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를 잔뜩 갖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청년의 결혼과 출산 장려를 위해 행복주택이라는 주택 보급 사업을 도입했다.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을 위해 역세권 등 교통이 좋은 곳에 소규모 주택을 지어서 공급하는 사업이다. 그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신도시나 보금자리주택같이 기존 대형 택지개발과 달리 역세권 유휴시설 등 소규모 부지에 임대주택을 건설해 청년 등 '주택 약자'에게 보급하는 걸로 돼 있다. 벌써 10만호가 넘게 공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자는 국토교통부이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기업들이 시행한다.

행복주택은 혼자 살거나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청년에게는 '단비'와 같다. 보증금에 월세를 내면 10년(자녀가 있을 경우)까지는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어 주거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 서울 등 대도시 교통이 좋은 곳에 건설되는 행복주택 청약 경쟁률은 매우 높다. 직장이 밀집돼 있고 교통이 편리한 곳일수록 하늘의 별 따기다. 지방의 경우 청약자가 없어서 빈집 상태로 있는 곳도 많다.
로또 수준은 아니더라도 행복주택 청약에 당첨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단 한 번의 청약으로 주거 공간을 마련한 경우도 있지만 여러 차례 청약에서 실패를 맛본 청년들도 제법 많다. 3번 떨어졌다는 30대 신혼부부는 더 이상 청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낡은 빌라를 임차해 손을 좀 봐서 보금자리를 꾸며야만 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보금자리를 찾는 청년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그건 바로 주거 면적 제한이다. 이전까지는 소득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면적과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세대원 수에 따라 정해진 면적 기준 내 주택만 청약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

SH공사는 지난달 28일 '2024년 1차 행복주택 입주자모집(서울리츠 행복주택 포함)' 공고문을 통해 '세대원 수에 따른 전용면적 제한 기준 도입'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의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세대원 수가 1명인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주택 전용면적은 35㎡ 이하다. 전용면적 35㎡는 원룸 수준이다. 방 2개도 나올 수는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원룸이다. 세대원 수(태아 포함)가 2명이면 25㎡ 초과 44㎡ 이하 주택을, 3명은 35㎡ 초과 50㎡ 이하 주택을, 4명 이상이면 44㎡ 초과 주택을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 언급한 청년은 세대원이 1명이라 전용면적 10평이 채 안 되는 공간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 제도가 주거 불만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제아무리 행복주택이라고 하지만 돈 없는 청년은 좀 넉넉한 공간에서 살면 안 되냐고 물었다. 방 한 칸은 잠자리 공간으로, 나머지 한 칸은 서재 등으로 꾸미고 살고 싶은 '행복 추구 권리'도 누릴 수 없느냐는 항변이다. 청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좁은 집을 택하도록 정부가 왜 강제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면적 제한이 없었다. 임대료·보증금 등을 감안해 원룸 또는 투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청년이나 대학생, 고령자, 주거급여수급자 등 행복주택 청약자들은 형편에 맞춰 자유롭게 청약하면 됐었다.

SH공사 관계자는 "주거 면적 제한 관련된 이의 제기에 국토교통부도 이해가 된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토부가 올가을쯤 시행규칙을 손질해 면적 제한을 수정해 보겠다는 의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행복주택은 주거 불안 계층에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역세권 등 교통 요지에 들어서는 신축 행복주택은 청년 등의 관심 대상일 수밖에 없다.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주택을 지어서 공급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주거 면적에 제한을 두려는 이끌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주거 면적에 제한을 두는 것은 가뜩이나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청년 등의 마음에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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