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혁명, 기존 개발 논리 흔들어
저사양 칩으로 고성능 AI 구현도 파장
엔비디아 주가 요동…독주 제동 가능성
앞서 딥시크가 지난해 12월 26일 대규모 언어모델(LLM) V3를 공개할 때부터 쓰나미 같은 충격파가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했다.
◇'딥시크' AI모델 왜 충격 줬나
AI 개발을 주도해 온 미국의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 빅테크들은 AI칩 생산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첨단 고가 GPU 칩을 사들이고, AI 모델에 LLM 학습을 시키기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운용하는 데 수조~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와 전력 공급 계약을 맺기도 한다.
그러나 딥시크는 오픈AI가 개발한 생성형 AI인 챗GPT 'o1' 수준의 모델인 'R1'을 개발하는 데 약 560만 달러(약 86억5000만원)를 투자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메타가 최신 AI 기술을 구축하는 데 지출한 금액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 빅테크들이 AI 개발에 투자해 온 어마어마한 자금의 근거가 흔들리게 된다. 이전에도 투자자들은 AI 모델 개발에 들어간 막대한 자금을 빅테크들이 과연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회의를 품어왔다.
또 딥시크는 기술을 구축한 방법을 설명한 연구 논문에서, 선도적인 AI 기업들이 시스템을 훈련시키기 위해 의존했던 고성능 칩에 못 미치는 사양의 칩을, 그것도 일부만 사용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1만6000개 이상의 칩을 사용하는 슈퍼컴퓨터로 챗봇을 훈련시키는데 반해 딥시크의 엔지니어들은 그 8분이 1 수준인 약 2000개의 엔비디아 칩만 사용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소프트뱅크, 오라클, 오픈AI 등은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통해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딥시크는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반도체와 혁신적인 LLM 학습 기술을 활용해 AI를 개발하고 있어, 기존의 투자 논리 전체를 흔들고 있다.
◇AI 개발 미국 패권 흔들리나
딥시크의 저비용 AI 모델 개발 성공은 글로벌 AI 경쟁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 미국의 빅테크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AI 모델 개발을 주도해 왔으며, 미국 이외 지역에선 경쟁에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딥시크는 미국의 수출 규제 때문에 최신 고성능 칩을 사용하지 못했다.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군사적 용도로 AI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최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을 창업한 지 1년 남짓한 딥시크의 성공은 무엇보다 독창적인 기술로 자금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아울러 딥시크는 R1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는 다른 기업들이 R1을 기반으로 자체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저비용 AI 대안의 등장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 중국의 빅테크인 알리바바가 지난 28일 자사 최신 AI 모델 'Qwen 2.5'를 공개했고,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도 자사 대표 AI 모델의 업데이트를 발표하면서 오픈AI의 'o1' 모델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등 중국 내에서도 AI 개발 경쟁에 불이 붙고 있어 AI분야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양강 구도를 이루면서 갈등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딥시크'는 어떤 회사인가
딥시크의 창업자는 광둥(廣東)성 잔장(湛江) 출신인 량원펑(梁文峰·40) 회장으로 저장(浙江)대에서 정보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30세 때인 2015년 대학 동창 2명과 함께 '하이-플라이어(High-Flyer)'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하고 컴퓨터 트레이딩에 딥러닝 기법을 선구적으로 적용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후 딥시크를 창업한 량원펑은 첫 번째 오픈소스 AI 모델인 '딥시크 코더(Coder)'를 2023년 11월 세상에 처음 선보였고 작년 1월 초부터 LLM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왜 요동치나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27일 뉴욕증시에서 17%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중순 이후 약 5년 만에 하루 하락폭으로는 최고기록이다.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 9% 반등하고 29일 다시 5% 하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AI 붐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딥시크의 성공은 AI 반도체 개발에서 엔비디아의 우위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딥시크가 AI 훈련 비용 절감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AI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기술 기업들은 여전히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AI 인프라 산업의 미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