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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장 하이브리드 공들인 현대차그룹… 1월 역대최고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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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련 기자

승인 : 2025. 02. 02. 17:53

현대차 15%·기아 12% 두자릿수 증가
하이브리드 차종 판매 전년비 74% ↑
트럼프 2기 관세 정책 대응력 주목
현지생산 확대·공급망 관리 정조준
전문가 "트럼피즘 준비 잘돼있어"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새해 1월부터 전년 대비 15%가량 늘어난 판매고를 올리며 역대 1월 중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잘 만든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가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하이브리드 판매가 70% 이상 비약적으로 늘었고 전기차 역시 15%가량 더 팔렸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이미 4~5년 전부터 제네시스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에 공들여 온 결과로 보고 있다.

이제 업계는 현대차가 지난해 현지에서 올린 사상 첫 170만대 돌파 신기록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자국보호주의에 어떻게 대응할 지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현지화를 그 어느 기업보다 잘해 왔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거란 호평이 쏟아진다.

◇ 어땠길래 15% 더 팔았나… 제네시스도 역대 최대

2일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에 따르면 지난달 현지 판매량은 5만4503대로 지난해 같은 달 4만7543대보다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GV60·GV70·GV70 전동화 모델의 판매 호조로 14% 늘어난 4852대를 기록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EV) 등 친환경 차량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하이브리드 차종 판매량이 74% 증가했으며 전기차 판매는 15% 늘었다. 모델별 판매증가율은 싼타페 HEV 160%, 투싼 HEV 89%, 아이오닉5 54%, 아이오닉6 15% 등의 순이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여러 모델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1월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며 "산타페 HEV, 투싼 HEV,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의 강력한 소매 및 총판매 실적부터 HEV와 EV 차량 판매에서의 기록적인 성과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북미법인도 역대 최대 1월 판매 실적을 나타냈다. 지난달 총 판매량은 4852대로 전년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GV60, GV70, GV70 전동화 등 1월 SUV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아 미국 판매법인은 지난달 미국에서 5만7007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종별로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친환경차(전동화) 모델이 지난해 달성한 역대 최고 1월 판매 실적을 뛰어넘으며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전문가들은 미리 준비해 온 현대차의 전략적 움직임의 성과라는 시각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실적 상승은 단기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4~5년 이상 오래전부터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판매 전략을 잘 준비해 온 것"이라며 "앞으로도 내연기관차는 하이브리드차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특히 과거 하이브리드 기술을 현대차가 토요타 카피가 아닌 독자 기술로 개발한 게 지금 실적의 열쇠가 됐다"며 "오너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예"라고도 했다.

◇ 현지 생산 비중 확대… 전문가 "현대차, 트럼피즘 대비 가장 잘해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날(현지시간) 미 당국은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오는 4일부터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하며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그간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관리 등을 통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반의 시나리오를 갖췄다고 강조해 왔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100만대보다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인데 이 중 70~80% 물량은 현지 생산을 통해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관세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생산 기지가 있어 현지화 전략을 계속 추진한다면 관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은 현재 30만대 수준이지만 향후 50만대로 확대가 가능하다.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만들었지만 HEV와 내연기관차도 유연하게 생산하며 전기차 판매 둔화에도 경쟁력을 가져갈 계획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구매 계약 및 상용차 개발 등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판매 활로도 개척한다. 전기차 상용차를 GM 쪽에 '리배징'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며 북미 시장에서 상용차 진출 기회를 모색 중이다.

현대차와 달리 멕시코에 거점이 있는 기아는 이번 트럼프 관세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 기아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 공장에서 연간 25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하며 이 중 상당수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특히 주요 모델인 K4는 연간 12만대가량이 미국에서 팔리는데 멕시코에 대해 수출 제재가 가해지면 캐나다 등으로 수출 물량을 전환할 방침이다. 정성국 기아 IR·전략투자담당 전무는 2024년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를 준수하기 위해 현지 부품·인력 비율이 60∼70%로 굉장히 높고 엔진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가져오는 등 비용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며 "만약 시행된다면 SCM(공급망관리)을 효율적으로 바꿔 부담을 낮추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어떻게 보면 포드나 GM 등의 (전향적 전동화 구상 등) 전략적인 방향 자체가 잘못됐던 것"이라며 "현대차는 대선의 결과가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만반의 대비가 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몇년 전부터 주변서 물어보면 차라리 삼성을 걱정해도 현대차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왔다"며 "트럼피즘에 준비가 가장 잘돼 있는 우리나라 제조기업은 단연 현대차"라고도 했다.
김아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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