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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르렁거리던 이스라엘과 요르단도 의기투합하게 만든 기후변화

으르렁거리던 이스라엘과 요르단도 의기투합하게 만든 기후변화

기사승인 2021. 11. 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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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후변화 대응 협력 관련 발언하는 케리 미 기후특사
지난 10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자국과 중국 간 기후변화 대응 협력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이스라엘이 1948년 독립 선언 이후 장장 73년간 앙숙관계를 유지해오던 요르단과 손을 맞잡는다. 영토·종교 분쟁마저 뛰어넘게 한 건 뜻밖에도 기후변화다. 두 나라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와 물을 맞바꾸는 협정에 깜짝 서명했다.

이스라엘 에너지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요르단·UAE·미국 관계자들과 만나 재생에너지 및 물 교환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관련 소식을 전한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UAE가 합의를 중재했다”며 “자리에 참석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UAE 외무장관과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결승선 통과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협정 내용은 요르단의 전기와 이스라엘의 물을 맞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요르단은 자국에서 생산한 600메가와트(MW) 친환경 전기를 이스라엘에 제공하고 이스라엘은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한 용수 2억㎥를 요르단에 준다.

양해각서에는 태양열 발전소 건립도 포함돼 있다. 요르단에 물을 보내기 위한 담수화 공장이 사용할 전력 생산용 태양열 발전소다. 이 발전소는 UAE 기술로 이스라엘에 건설된다.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은 요르단으로의 용수 공급을 늘릴 탈염 시설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이번 합의는 큰 그림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간 공조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요르단은 물 부족이 심각하다. 요르단의 연간 1인당 물 보유량은 120㎥에 불과한데 이는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발표한 1인당 최소 연간 물 보유량인 1000㎥에 크게 못 미친다.

물 공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빈약한 나라라는 요르단은 물을 아껴 쓰고자 순환 급수제도를 도입했다. 대부분 가정에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물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용량을 통제한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의 기후변화에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위기감은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 문제 등을 둘러싸고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이스라엘과 중동의 뿌리 깊은 종교 갈등 외에도 요르단은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심이 더 클 수밖에 없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이 요르단에 속해있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하면서다.

1994년 평화협약 체결 뒤 두 나라는 안보·외교 분야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래도 물밑으로는 협상의 끈을 놓지 않은 결과 이스라엘은 최근 요르단에 용수 수출을 2배로 늘리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우호적 입장을 나타냈다.

카린 엘하라르 이스라엘 장관은 이번 합의가 1994년 평화협정 서명 이래 “가장 중요한 족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친환경 전기나 담수화수를 넘어 이스라엘과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국가와의 관계 강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케리 장관은 “중동이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다”며 “함께 일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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