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자의눈]이태원 참사, ‘블랙미러’ 되지 않길...2차 피해 없어야

[기자의눈]이태원 참사, ‘블랙미러’ 되지 않길...2차 피해 없어야

기사승인 2022. 10. 31. 10:4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김영진
문화부 김영진 기자
영국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블랙미러'는 인간의 어두운 본능이 첨단 기술을 이용하며 발생하는 기이한 일들을 다룬 작품이다. 괴한에 쫓기는 주인공을 돕는 대신 오히려 휴대전화 촬영에 급급하는 사람들('화이트 베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평점으로 평가받는 삶('추락') 등 충격적인 에피소드들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는 '블랙미러'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아수라장이 된 사고 현장과 희생자들의 모습을 담은 다수의 영상이 SNS에 게재됐다. '좋아요'를 더 많이 받기 위해 벌어진 경쟁은 아니었을까.

온라인상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증언들이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 사태의 책임자, 논란의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여기에는 피해자도 포함됐다. '그러니까 왜 이태원에 갔냐' '스스로 위험을 선택한 것'이라는 등의 반응이 적지 않았던 것. 심지어 CPR(심폐소생술)을 위해 탈의를 한 채 누워있는 부상자를 성적대상화 하는 충격적인 댓글도 눈에 띄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주요 포털사이트들은 이태원 참사 관련 게시글 작성에 주의를 당부했다. 페이스북은 '재난 안전 확인' 카테고리에 이태원 참사 페이지를 개설, 안전 상태를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언제부턴가 대형 참사나 사고는 인터넷에서 '밈(Meme)'의 재료가 됐다. 밈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퍼져나가는 여러 문화의 유행과 파생, 모방, 창작물 등을 가리키는 용어다. SNS 문화가 발달하면서 사건, 사고를 빠르게 접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필터링 없이 게재할 수 있게 됐다. '블랙미러'는 이러한 사태를 꼬집고 비판한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글을 퍼나르기 전에, 비난의 대상화를 찾기 전에, 사고 당사자와 유족들의 입장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긴급성명을 통해 "이런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난 상황에서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큰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분들의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시키고 회복을 방해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