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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남미 최대 호수도 위기, 티티카카 수위 위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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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3. 09. 04. 15:46

겨울 이상고온·강수량 급감 원인, 원주민 생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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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0일(현지시간) 남미 티티카카 호수의 모습. / AFP 연합뉴스
남미 최대 호수인 티티카카호가 전례 없는 고온의 겨울을 겪으면서 말라가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CNN이 전했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볼리비아와 페루의 접경 지대 안데스산맥 알티플라노고원에 있는 티티카카호는 항해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호수로서 내륙의 바다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곳의 물이 줄어들면서 호수를 터전으로 삼아 관광업, 어업 등으로 먹고 사는 300만 원주민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티티카카 호수의 수위가 매년 변동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기후위기로 인해 보다 극단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남미는 겨울이었던 지난 7~8월 다수 지역에서 기온이 한때 40도에 육박하는 이례적 고온 현상을 겪었다. CNN의 기상학자 테일러 워드는 기록적인 겨울 폭염이 물 증발을 증가시킨 게 티티카카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호수 지역의 강수량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 것도 수위 하락을 불러왔다. 페루 기상수문청의 식스토 플로레스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이 지역 강수량이 평균보다 49% 줄었다"며 이 기간에는 보통 수위가 회복되는 우기가 포함된다고 전했다.

플로레스는 현재와 같은 속도로 호수의 수위가 내려가면 오는 12월경에는 1996년 이후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1992년부터 2020년까지 위성 이미지를 조사한 연구 결과 티티카카 호수는 연간 약 1억2000만t의 물을 잃고 있다고 플로레스는 설명했다. 볼리비아 기상수문청은 최근 티티카카 호수의 수위는 역대 가장 낮았던 1996년 때보다 불과 25㎝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엘리뇨 현상까지 남미를 덮칠 가능성이 있어 호수의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페루 기상 당국의 그리니아 아발로스는 더운 날씨가 적어도 내년 2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데스 지역에 비가 적게 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지역 광산 개발에 물을 무분별하게 끌어다 쓰는 것이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티티카카호가 말라가면서 관광업과 어업, 농업 등에 종사하는 원주민들의 생활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 주민은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면서,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많아지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호수의 수위가 계속 낮아지면 1991년 가뭄 때와 같은 원주민 이주 행렬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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