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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인요한, 혁신안만큼이나 신중한 발언도 기대

[기자의눈] 인요한, 혁신안만큼이나 신중한 발언도 기대

기사승인 2023. 11. 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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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니 정치부 기자
지난 한달간 정치권 최고의 이슈메이커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다. 인 위원장의 말, 방문지, 누굴 만났는지까지 모두 화제가 됐다. "나는 전라도 순천의 아랫목에서 자랐소"라고 스스로 소개한 인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인 위원장의 말은 유머러스하고 탄력적이다. 말을 금(金)처럼 여기는 여의도의 정서와 사뭇 다르다. 혁신위원회 1호 안건으로 내세운 통합을 위한 '대사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거세게 항의하자 "홍준표 시장의 말이 맞다. 대사면이란 표현은 부적절했다. 징계 취소가 적절했는데, 그 표현을 사용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의 유머는 예기치 않은 반응을 낳기도 했다. 인 위원장이 혁신위 출범 직후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 후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술렁였고 '영남권 물갈이 공천의 신호탄이냐'는 기자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인 위원장은 결국 "농담도 못 하냐. 낙동강은 6·25 때 대한민국을 지킨 곳"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머로 수습하기엔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영남 물갈이 관련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다.

말과 관련된 지적이 반복되자 인 위원장은 종종 언론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언론은 너무 섣부르다", "기다려라", "오보다", "예의를 지켜라"는 말을 한다. 취재에 TPO(시간 time, 장소 place, 상황 occasion)를 요청하기도 했다. 언론의 공인,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물에 대한 취재는 일반인보다 폭넓게 허용된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아쉬운 장면이다. 현안에 대해 묻고 사회적 의미를 제공해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언론의 사회적 순기능 중 하나이다.

인 위원장은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여러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지금 그가 정치인이 아니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평생 의사에서 갑자기 정치 한복판에 들어선 인 위원장의 혼란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의 발언이 본인의 발목을 잡지 않고 부디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혁신이 성공하고 정치권 전체의 혁신으로 바람이 이어지길 바라는 건 현재 정치에 지친 국민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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