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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 칼럼] 정치, 정말 후지다! 예산안이라도 제대로 처리하라

[권혁철 칼럼] 정치, 정말 후지다! 예산안이라도 제대로 처리하라

기사승인 2023. 11. 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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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 자유와시장연구소장
'정치가 참 후지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며칠 전 한 출판기념회에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장관에 대해 "어린놈", "건방진 놈" "한참 검사 선배인 사람들(국회의원들)을 조롱하고 능멸한다"고 비난한 뒤, 같은 당의 민형배 의원은 "정치를 후지게 한 건 한동훈 같은 xx(들)"이라고 했다.

송영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한동훈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이렇게 응수했다. "송 전 대표 같은 사람들이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십 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대부분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며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 년간 후지게 만들어 왔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정치, 정말 후지다'는 이야기가 최근에 와서야 언급되고 있지만, 사실상 이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결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많은 국민이 알고 있듯이,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특히 지난 대선 즈음부터는 아주 자주 언급되고 있는 말이다.

대선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나. 국가의 미래 비전이나 정책 방향에 대한 제시나 제안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대신에 '추잡한' 이야기들로 대선 경쟁 과정이 가득가득 채워졌다. 한 대선 후보의 차마 들을 수 없는 전화 통화 내용, 전직 여배우와의 스캔들이 폭로되고, 또 다른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배우자의 결혼 전 과거 직업이 무엇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대선 관련 TV 프로그램에서는 대선 기간 내내 출연한 패널들 간 이런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진실 공방'으로 시간을 보냈다. '정치, 정말 후지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대선 이후에는 김의겸 의원의 이른바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 제기로 한동안 정치권이 시끄러웠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함께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 제기였다. 결국 허위로 밝혀져 관련자들은 처벌을 받게 되었지만, 정작 의혹을 제기했던 김의겸 의원은 국회의원 면책특권 덕에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물론 사과도 한마디 없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하고 돌아오면 순방의 성과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이 정치권이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 아닐까. 그런데 정작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해외 순방 중 찍은 김건희 여사의 사진에 '조명을 사용했네, 안 했네' 하는 '진실 공방'이 전부였다.

또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외국의 수반들과 회의를 하고 나면, 어떤 주제의 회의였고, 우리의 국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했고, 그에 비추어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등을 논의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누구는 이른바 '왕따'였는데, 누구는 외국의 수반들로 둘러싸여 있네, 아니네' 하는 식의 저급한 공방이나 하고 있다. '정치, 정말 후지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오지 않겠는가.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갖가지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전 경기도 지사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이어서 당 대표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정치권은 또 한 번 수렁으로 빠져들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방탄'이다. '방탄 국회' '방탄 정당'에 이어 '방탄 탄핵'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처리와 관련된 사람들은 전부 탄핵 대상이 될 판이다. 사법처리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탄핵을 추진한다는 '전략적 탄핵' 이야기도 있다. 민주당 전체가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리에 총동원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방탄'이 이제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 할 수 있는 예산안 심의 및 처리까지도 막아설 기세다. 민주당이 며칠 전 발의했다 철회했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계획에 따르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보고하고 이튿날인 12월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간은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하고 처리해야 하는 기간과 겹친다.

국회는 13일부터 약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다.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은 다음 달 2일이다.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하고 처리하고자 하는 기간과 정확하게 겹치게 되어 있다. 지난번 탄핵소추안 발의를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였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탄핵소추안 재발의로 이번 예산안의 심의와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제대로' 된 심의와 처리는 고사하고,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이나 지킬 수 있을 것인지조차 의문이다.

국회는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으로 법정 기한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했었다. 이번에도 또다시 법정 기한을 넘기게 되면 '3년 연속 법정 기한을 지키지 못한 국회'라는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다. 더구나 국회는 전 국민이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는 입법부다. 규칙을 정하는 곳에서 자신이 정한 규칙을 정작 본인 스스로가 빈번하게 어긴다면, 그런 국회가 정한 규칙을 어떻게 신뢰하고 따를 수 있겠는가.

내년도 예산안 규모가 약 657조원이면 국민이 피땀 흘려 벌어들이는 부(富)의 3분의 1 가까이나 되는 엄청난 돈이다. 여야 간 정쟁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나 크고 소중한 재원이다. 이것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허투루 쓰이는 곳은 없는지 면밀하게 심사하고 기한에 맞춰 제때 처리하는 것이 그것을 벌어들이고 국가에 납부하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권혁철(자유와시장연구소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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