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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거대 야당의 오만과 횡재세

[칼럼] 거대 야당의 오만과 횡재세

기사승인 2023. 11. 2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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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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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거대 야당이 횡재세를 추진하고 있다. 횡재세로 불리는 이번 법안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과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으로 구성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은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 120%를 넘긴 초과이익을 낼 경우, 초과분의 40%를 '상생 기여금'으로 징수하는 것이다.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은 징수한 기여금을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횡재세는 사후적으로 법을 개정해서 부과하는 부담금으로서 그 자체로 위헌적이다. 이번 개정안은 많은 이자를 부담한 사람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이라는 모호한 대상에게 지원하는 인기 영합적 법안이다. 추진 의도가 총선 승리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횡재세 주장 자체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경제 정책을 담당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합리적 국민은 횡재세를 외면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 법 자체가 자기 모순적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피해는 커진다. 예컨대 불황으로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이 떨어지면 120%라는 기준은 설득력을 잃는다. 순이자수익만을 기준으로 횡재를 정의하는 것도 문제다. 이자 영업이 아닌 비이자 영업에서 손실이 발행하여 순이익이 없어도 횡재세를 내게 된다.

거대 야당이 입만 열면 탄핵을 이야기하더니 급기야 시장경제도 탄핵할 태세다. 재산권을 유린하고 조세법정주의를 벗어던지는 국가의 경제는 존립할 수 없다. 과거 고부군수가 없던 세금을 걷기 위해 만석보를 쌓게 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만석보는 적어도 물을 관리할 수 있고, 세금 내는 사람들은 물 이용자이다. 이번 개정안은 실질적으로 세금을 내고 높은 이자를 부담한 사람들은 아무런 혜택이 없고, 엉뚱한 사람들이 혜택을 본다. 횡재세로 횡재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횡재세는 고부군수의 '만석보 쌓기와 물세'만도 못하다.

횡재세 논의 자체는 분노에 기반한 야만적 정치 행위다. 냉정하게 현실을 분석해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입법하는 행위는 자제돼야 한다. 오만한 선동정치로 얻을 수 있는 국익은 없다. 신뢰와 제도 안정이 시장경제의 기반이다. 횡재세 논의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금융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다중 채무자가 사상 최고로 늘고 있다. 조만간 금융기관들이 부담해야 할 부실채권 처리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 시각으로 횡재세를 도입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금리 상승기에 순이자마진이 급증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과점적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은행 차입자들은 죄인처럼 한 금융기관에 잡혀있기 마련이다. 다른 금융기관이 경쟁적인 대출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금융소비자들은 쉽게 금융기관을 옮기기 어렵다.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금융기관의 상호 경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점유 비중을 낮추고, 금융기관이 고정금리로 안정적 대출을 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의 장기채권 발행을 활성화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디레버리징을 촉진하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해소 능력을 강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의 압력으로 금융기관이 자발적 형식으로 부담금을 내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관치금융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경쟁 회복이 핵심이다. 이성적 입법 행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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