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교정봉사·징용자 위령재’ 관음종 총무원장 법명스님의 자비행

‘교정봉사·징용자 위령재’ 관음종 총무원장 법명스님의 자비행

기사승인 2023. 11. 27. 10:5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40년 이상 교정봉사...지난해 국민훈장 동백장 수훈
"조세이 탄광 위령재 늦게 온 것 후회...정부가 나서야"
clip20231124163547
대한불교관음종 총본산 종로구 낙산 묘각사에서 총무원장 법명스님./사진=황의중 기자
한국불교 의전서열 4위 종단 대한불교관음종의 총무원장은 법명(88)스님이다. 법명스님은 지난해 7월 총무원장에 취임했다. 자비행(慈悲行)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승려다. 지금까지 40년 넘는 교정봉사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고 관음종 총무원장 자격으로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市)를 방문해 조세이 탄광 위령재를 봉행했다. 오랜 세월 봉사에 힘써 온 스님은 진실과 정의는 언젠가 드러난다며 좀 더 배려하는 마음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스님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78년 관음종 총본산 낙산 묘각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관음종 포교원장, 중앙종회 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법무부 교정위원중앙협의회 명예회장이자 관음종 총무원장이다. 1981년부터 재소자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1995년부터 교정위원으로서 활동했다. 그동안의 교정봉사의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28일 제77회 교정의 날에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교정 분야에서 불교계가 자랑할 만한 공헌을 하셨다.

"교도소 재소자들과 만남은 1981년 가수 송춘희 선생과 인연에서 시작됐다. 송 선생을 돕기 위해 대전교도소 법회를 하면서 일을 시작한 것이다. 대전교도소 첫 법회는 지금도 기억난다. 원래 나는 교도소 철문 소리를 듣기 싫어할 정도로 교도소를 꺼리는 편이었다. 그런데 400명 이상이 모인 첫 법회 때 재소자들이 부르는 찬불가와 반야심경 소리가 한마디로 '극락세계'의 소리처럼 들렸다. 그때 이들도 마음을 돌리면 새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섰다. 그래서 재소자들에게 '죄를 뉘우치시라, 그러면 내가 죽을 때까지 여러분을 찾고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다 보니 오늘날까지 오게 됐다."

-조세이 탄광 사건을 모르는 분들도 많은데, 어떤 사건인가.

"조세이 탄광은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앞바다에 위치한 해저탄광이다. 강제징용자들이 수몰된 현장이다. 일제 강점기인 1942년 2월3일 조선인 136명, 일본인 47명 등 183명이 갱구에서 약 1000m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에서 희생됐다. 갱도가 수압을 견디지 못했다. 바닷물이 유입되며 해저 작업 중이던 광부들이 목숨을 잃었다. 8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골 수습과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관음종은 매년 조세이 탄광 수몰 추모광장을 찾아 희생자들의 유해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발원하며 추모재를 봉행하고 있다."

-총무원장 취임 이후 조세이 탄광 위령재에 참석한 것으로 아는데.

"총무원장이 되고 나서부터 행사에 함께했다. 막상 참여해 보니 '조금 더 일찍 왔을걸'이란 후회가 생겼다. 종정스님한테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조세이 탄광 추모재는 다들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종정 홍파스님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서 이뤄낸 성과다. 조세이탄광 희생자의 위패가 봉안된 곳은 일본 우베시 서광사다. 이곳 주지스님은 우익성향이다. '강제징용'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그래서 추모단 방문을 거부해 왔다. 올해 들어 11월에야 방문을 처음으로 허용했다. 관음종과 유족의 노력에 감동한 것이다. 주지스님이 직접 재단에 향을 올리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진전됐으니 결실을 봐야 한다. 바다 속에 있는 희생자 유골은 물리적으로 남아있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시도라도 해야 유족의 남은 한이 풀리지 않겠나. 그러려면 양국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 민간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관음종의 활동에 일본 불교계는 우호적인가.

"한일관계가 경색됐을 때도 불교가 양국 관계의 중매자 역할을 해왔다. 다만 스님들과 소통은 쉬운데 약탈문화재 반환 같은 건이 닥치면 양국 정부의 문제가 돼 버린다. 해당 사찰 스님들이 움직이고 싶어도 문화재 관련해서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허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음종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우리 종단은 다른 종단보다 화합하는 종단, 하나가 돼서 이끌어가는 종단이다. 그리고 종정 홍파스님을 필두로 국제적 교류에 힘쓰는 종단이란 점이다. 다른 종단이 한국스님들만 모시고 보살계 수계식을 할 때 우리는 경남 창녕 법성사 같은 곳에서 일본·중국스님은 물론 스리랑카·말레시아스님까지 모시고 '국제보살계 수계식'을 봉행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불경 말씀도 좋지만 난 늘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을 새긴다. '진실은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꼭 이루는 날이 있다'라는 말씀이다. 얼마나 거짓이 많은 세상인가. 그러나 진실과 정의를 보고 따르는 사람이 있다. 진실과 정의가 인정받는 때는 언젠가 오기 마련이다. 또한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배려하는 마음이 없이는 갈등밖에 남지 않는다.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아름다운 사회가 된다."

clip20231125182602
일본 우베시 조세이 탄광 희생자 위령재 봉행 후 기념촬영하는 법명스님과 관음종 관계자들. 관음종은 올해 11월 일본 현지에서 위령재를 봉행했다./제공=관음종
clip20231125182633
일본 우베시에서 조세이 탄광 희생자 위령재를 봉행하는 관음종 총무원장 법명스님./제공=관음종
clip20231125202800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국민훈장 동백장을 법명스님에게 수여하고 있다. 법명스님은 40년 넘는 교정봉사의 공을 인정받아 2022년 교정의날에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제공=법무부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