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류석호 칼럼] 치밀하고 과감한 정책 필요한 ‘인구절벽’ 사태

[류석호 칼럼] 치밀하고 과감한 정책 필요한 ‘인구절벽’ 사태

기사승인 2023. 11. 30. 18:2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023120101010000350
류석호 칼럼니스트, 전 조선일보 영국특파원
인구절벽이 정말 심각하다. 지난달 말 (11월 29일) 발표된 통계청 '9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내년 전체 합계 출산율은 0.6명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9월 인구는 9657명 자연 감소하며 2019년 11월부터 4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올 9월 혼인 건수는 1만2941건으로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모든 달을 통틀어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2060년대부터 경제 규모가 후퇴해 2075년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들에 뒤처질 것이라고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전망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34개국 중 마이너스 성장률로 떨어질 것으로 본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저명한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일찍이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이 지속되면 지구 위에서 사라지는 1호 인구 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인구문제는 세계적 경고음이 나온 지 벌써 17년이나 된 묵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유엔이 지난 15일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11년 70억명을 기록한 뒤 11년 만에 10억명이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국제기구가 '공중 보건과 위생 개선 등에 따른 인구 증가'라는 인류사적 의미를 강조한 가운데 한국은 초저출산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총인구는 2020년 5184만명에서 2041년이면 5000만 명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1인당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은 2.1명인데, 이 수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한국 인구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와 딴판인 나라도 여럿 있다.

헝가리의 출산율은 2011년 1.23까지 떨어졌지만 2021년 기준 1.59로 29% 상승했다. 이렇게 출산율이 높아진 비결은 특단의 출산정책에 있다. 4명 이상의 아이를 가진 여성일 경우 평생 소득세 면제, 5년 이내 1명 이상의 자녀 출산 시 대출이자 면제, 2명 이상 자녀 출산 시 대출액의 1/3 탕감, 3명 이상의 자녀 출산 시 대출액 전체 탕감 등 파격적인 출산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 정부는 육아 세대에 대해 무이자 대출과 주택 구매 보조, 소득세 우대 등 다양한 지원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보육서비스 지원, 아버지 휴가제도, 혼외 출산 부부 지원 등 다양한 출산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부모가 직장을 다니면 정부에서 보육 시설 및 개인 보육 도우미 이용을 지원해주고, 아버지 또한 최대 14일간 휴가를 보장해주며, 혼외 출산 부부의 경우에도 결혼한 부부와 마찬가지로 가족수당과 보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남성과 여성 모두 90일의 육아 휴직을 보장하며, 3세 미만의 보육 시설을 확충하고,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등 출산율 높이기에 열심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에도 인구가 늘고 있는 싱가포르의 사례도 눈여겨볼만하다. 'UN인구기금'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고, 싱가포르가 1.0으로 바로 그 앞에 놓여 있다. 출산율만 놓고 보면 싱가포르 역시 우리와 같이 인구가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싱가포르 인구는 줄지 않고 매년 일정한 폭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0년에 약 402만 명이던 인구가 2022년에는 약 591만 명으로 46%가 늘었다.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이 주효했다.

출산율의 하락으로 인한 인구의 감소는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군 병력 감소에 따른 국가 안보 문제부터 지방소멸문제, 연기금 고갈 등으로 인한 세대 간 갈등까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수많은 어려움을 부르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지난 16년간 280조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출산을 독려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헛돈을 퍼부은 셈이다.

한국의 출산 정책은 실패의 역사를 거듭했다. 가장 큰 문제로 각개격파식의 백화점식 대책과 장기적인 정책 부재가 꼽힌다. 저출산 문제는 일자리, 교육, 주거, 복지, 문화, 의료, 지방소멸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뒤얽혀 있다.

저출산의 요인으로 '결혼 자녀의 가치관 약화' '일·가정 양립곤란' '양육비용' '고용 불안정' '수도권 집중화(주거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 낳기 좋은 환경과 문화 가치관의 변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도록 영유아 아동 청소년 정책이 과감하게 변화돼야 한다.

아동돌봄 체계에 초점을 맞추되, 사회보장제도 확대와 가족 친화적인 노동시장이 함께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주문이다. 기존의 생각과 사고, 정부 정책으로 지금의 저출산과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창의적인 발상과 치밀하고 과감한 정책이 어우러져야 하는 이유다.

저출산 인구절벽의 위기를 타개하는 대책은, 일자리·주거·육아·교육·이민 등 모든 국가 정책 전반을 근본 해법의 관점에서 재설계를 해야 할 것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관련 정책에 인적·물적 자원을 과감하게 쏟아붓는 것 말고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정부와 학계, 전문가, 일반 국민 등 중지를 모아 중장기적 관점에서 세심하게 인구전략을 준비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류석호 칼럼니스트, 전 조선일보 영국특파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