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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집 김하종 신부 “불행한 사람 음식·돈보다 사랑에 허기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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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황의중 기자

승인 : 2024. 01. 29. 11:04

[인터뷰] 사회복지법인 안나의집 대표
노숙인 급식에서 자활과 위기 청소년 돌봄으로
"인간 음식이 아닌 인정과 사랑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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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안나의집' 사무실에서 만난 김하종(빈첸시오 보르도) 신부. 김 신부는 노숙인 급식에서 한발 나아가 거리의 청소년과 노숙인의 사회 복귀를 위해 힘쓰고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사회복지법인 안나의집 대표 김하종(빈첸시오 보르도) 신부는 세상을 다른 각도로 보게 만드는 인물이다. 사람들이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랑에 허기졌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진단한다.

김 신부는 1957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1987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90년 선교사로 한국에 와 2005년에 귀화했다. 1998년 경기도 성남에서 시작한 노숙인 급식소는 안나의집으로 발전했다. 안나의집은 '안아주고 나눠주며 의지할 수 있는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안나의집은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다. 노숙인 급식소, 노숙인 자활시설, 청소년 쉼터, 공동생활가정, 청소년 자립관 등으로 이용된다. 요일별로 법률 상담, 진료, 이·미용, 취업 상담, 인문학 강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거리에 내몰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동형 봉사차량 '아지트'(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를 이용해 찾아가는 상담·교육·긴급구호 서비스도 펼치고 있다.

최근 만난 김 신부는 노숙인들에 이어 거리의 청소년들을 돌보는 데 전념하고 있다. 위기의 청소년이 방치되면 그의 미래는 범죄자 아니면 노숙인이라고 생각해서다. 다음은 김 신부와 나눈 대화다.
-어떤 사람들이 안나의집 급식소를 찾는가.

"매일 약 600명이 이곳을 찾는다. 노숙자나 또는 노숙자는 아니지만 끼니가 어려운 분들이다. 실제로 3주 전에 있었던 일이 단적인 사례다. 그날 성남에 눈이 많이 쌓였고 길도 미끄러웠다. 사람이 많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480명이나 왔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약 70%는 하루 한 끼 먹기도 힘든 사람들이다. 하루 한 끼밖에 못 먹으니 여기 오면 최대한 많이 먹으려고 한다. 몰래 음식을 싸가려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음식을 가져가는 것을 금한다. 음식은 제때 먹지 않으면 상하고 상한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기 때문이다."

-후원 물품때문에 난감할 때도 있다고 들었다.

"믿을 만한 복지 단체를 찾았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물품을 후원했으면 한다. 그러지 않을 거면 후원금을 보내주는 게 오히려 낫다. 무료급식소라고 하니 밥만 생각하고 쌀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참기름·고춧가루·생선·계란·고기 같은 식자재가 부족할 때가 많다."

-노숙인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일터를 제공한다고 들었다.

"노숙인 리스타트 자활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안나의집 인근에 공방이 있다. 공방에는 15명이 근무한다. 이들은 월~금요일까지 종이가방(쇼핑백)을 제작하면서 한달에 50만~7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정부 지원금으로 한달에 150만원을 받는다. 우리는 이들이 2년간 적금을 들어 2000만~2500만원을 모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적금은 만기가 되어야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중간에 낭비하지 않고 자력할 수 있는 습관과 자본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언제부터 거리의 청소년에 대한 돌봄을 생각했나.

"노숙인을 많이 만나보니 그들의 과거가 거리의 청소년이었다. 부모의 잘못으로 인해 거리에 내몰린 아이들이 많다. 노숙인은 10만명이 채 안 되지만 거리의 청소년은 28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청소년기에 바로 잡아주면 올바르게 살 수 있다. 지금 돌보지 않으면 범죄에 빠지거나 미래의 노숙자가 된다. 이는 사회가 병드는 일이다. 현재 안나의집 예산 70%는 위기 청소년을 위해 사용된다. 우리는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쉐어하우스를 4채(남자 1곳·여자 3곳) 마련했다. 24시간 아이들을 교육하고 돌본다. 이는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기억에 남는 자원봉사자나 후원자가 있나.

"최근 엄마와 딸이 함께 와서 봉사했다. 너무 예쁘고 고마웠다. 최근 성당에 젊은이들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안나의집은 조금 다르다. 주말에 봉사하러 오는 젊은이들이 많다. 기억에 남는 후원자는 초등학교 친구다. 그는 3학년일 때 자기 용돈에서 2000원을 후원했다. 4학년 되더니 2만원을 후원했다. 후원금이 10배나 증가했다. 안나의집은 이런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으로 운영된다."

-신부님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인간은 음식보다 사랑과 인정이 필요하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주장을 흥미롭게 봤다. 몇 주 동안 못 먹어도 사람은 살 수 있다. 그러나 4일 이상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한 사람은 자살 충동에 빠지기 쉽고 우울증에 걸리기도 쉽다고 한다. 인간은 음식보다 사랑이 필요하다. 우리는 사랑에 허기진 '사랑의 거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안나의집 급식소에 들어오는 모든 이에게 우리는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 사랑은 모자이크와 같다. 어떤 사랑은 기쁘고 어떤 사랑은 슬픈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모든 사랑의 경험이 우리를 지탱한다. 실수하고 실패해도 모두가 의미 있는 일이다."

-활동하면서 특별한 종교 체험을 한 적이 있나.

"늘 예수님하고 많이 싸운다. 1992년에 있었던 일이 기억난다.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어려운 사람이 사는 지하실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은 너무 어둡고 곰팡이 냄새가 심하게 났다. 20대때 건설 현장에서 척추를 다쳐 장애인이 된 아저씨가 집 안에 있었다. 장애인이 된 후 어려운 생활을 한 탓에 그의 몸에서도 악취가 심하게 났다. 그러나 그를 보고 연민이 생겼다. 그를 꼭 안았을 때 예수님의 말씀이 들렸다. '나다 두려워하지마.' 예수님은 그날 그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엄청난 행복과 기쁨, 평화가 느껴졌다. 그때 평생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이 아니고 예수님의 성흔(聖痕·십자가형으로 생긴 상처)'이라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면 행복하다. 잘 생각해 보면 바로 옆에 좋은 일이 많은데 사람들이 감사할 줄 모른다. 봉사 후 홀로 기도한다. 은총의 시간이다. 누군가에게 헌신할 때 우리의 정신은 무한한 자유와 행복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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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집 급식소 주방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식사를 준비 중인 김하종 신부./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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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 시간 때의 안나의집 급식소 모습./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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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을 시작하면서 자원봉사자와 함께 머리에 하트모양을 표시하면서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김하종 신부./사진=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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