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정해조 칼럼] 방사선 암 치료의 새 희망, BNCT가 온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206010003249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2. 06. 18:07

KakaoTalk_20240206_165607723
정해조 세렌메디연구소장
인류의 오랜 염원 가운데 하나가 무병장수다.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많은 질병을 극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의하면, 2022년 국내 암 발생자 수는 연간 약 25만명이고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연간 약 8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암 치료는 주로 외과적 수술과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한다. 암 치료에는 방사선치료, 면역치료, 온열치료 등이 있는데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여러 치료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국내 암 환자의 30~40%는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다.

일반 방사선치료는 높은 에너지를 갖는 광자선(엑스선, 감마선) 또는 전자선, 그리고 입자 방사선치료는 수소핵(양성자), 헬륨핵(알파 입자) 또는 탄소핵 등을 높은 에너지의 하전입자로 가속하여 몸 밖 외부에서 암세포 부위에 조사(照射)하여 암세포를 사멸시키고, 암세포가 주변 장기로 전이, 증식하는 것을 방지한다.

방사선 암치료 중에서 최신기술인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 Boron Neutron Capture Therapy)는 일반적으로 양성자를 가속하여 리튬(Li) 또는 베릴륨(Be) 표적과 충돌시켜 중성자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낮은 에너지 중성자로 감속, 조절하여 암 부위에 조사하고, 치료 전에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다량 흡수된 붕소(B-10)전달약제와 열중성자의 핵반응으로 발생하는 고에너지 양이온 헬륨핵(알파 입자)과 리튬핵이 암세포를 파괴하는 이원(binary) 입자방사선 치료다. 이때 높은 선형에너지전달(LET) 방사선인 헬륨핵과 리튬핵의 대부분은 암세포 내에서 모든 에너지를 전달하고, 주위 정상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세포단위 치료다. (그림 참조).
외부 광자선 방사선치료의 최대 단점은 표피를 통하여 암 부위에 입사(入射)되기 때문에, 암 부위에 도달하는 경로와 암에 방사선 피폭을 주고, 그 이후에도 계속 정상 장기에 방사선 영향을 주는 것이다. 입자 방사선은 '브래그 피크(Bragg peak)' 물리적 특성에 의하여 방사선 입사 부위에는 적은 방사선 선량, 그리고 표적 암세포에 다량의 방사선 에너지를 주고 정지하며, 그 이후에 방사선 영향을 주지 않는 '꿈의 암치료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정상세포의 방사선 장애를 경감시키는 장점이 있다.

clip20240206160322
외부 방사선치료는 방사선을 인체에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상세포에 많은 장해를 주기 때문에 처방선량을 여러 방향에서, 그리고 여러 번 나누어서 분할 치료(10~30 fx)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치료 과정들 때문에 암 치료 기간이 길고(3~7주), 환자들은 불편을 겪는다.

반면에 BNCT는 치료 암세포 부위에 선택적으로 높은 비율로 축적하는 붕소(B-10)전달약제를 정맥주사하고, 30~40분 중성자 조사 치료를 1~2회 실시하여 세포단위 암 치료가 가능하다. 그래서 BNCT는 상대적으로 낮은 방사선 부작용, 경제성, 그리고 환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불규칙한 모양을 갖는 암, 그리고 눈으로 식별되지 않는 미세 암까지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951년 미국에서 연구용원자로를 사용하여 신경교종 암 환자를 대상으로 BNCT와 관련된 최초의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당시에는 중성자 선속이 최적화되지 않았고, 종양에 선택적으로 축적되지 않는 B-10 농축 붕산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심각한 독성이 발생하여 임상시험이 중단되었다.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사이에는 다양한 종양 개체를 표적으로 하는 붕소화합약물이 개발되고 다양한 임상시험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BSH(보로캅산나트륨)와 BPA(4-보로노-D-페닐알라닌)와 같은 붕소전달약제가 특정 종양 및 암 부위에 선택적으로 높은 비율로 축적되고, 중성자와 핵반응 결과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하여 치료 결과를 얻었다.

최근에는 병원 환경에 설치할 수 있는 다양한 가속기 기반의 소형 AB-BNCT 장치 개발을 현실화하였다. 이러한 장치는 기존 연구용원자로를 이용한 BNCT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2020년 일본 교토대학에서는 소형 AB-BNCT 장치를 이용하여 악성뇌종양, 난치성 및 재발성두경부암에 대한 환자 치료를 시작하였다.

일반방사선치료로 대부분의 암 종류를 치료하고 있으나 전이성 및 재발성 암, 다발종양 등은 치료 후 예후가 좋지 않고, 국내에서 양성자치료는 간암, 폐암, 두경부암, 소아암, 유방암, 등, 그리고 중입자치료는 전립선암, 골연부육종, 두경부암, 간암, 폐암, 췌장암 등의 난치성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편 BNCT는 전통적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난치성 악성뇌종양, 재발성두경부암, 악성흑색종에 우수한 임상실험 결과로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고 있으며, 미래적인 다양한 붕소전달약제의 개발과 더불어 다형교모세포종, 수막종, 두경부암, 폐암, 유방암, 간세포암, 육종, 피부악성종양, 유방외파제트병, 재발성 암, 소아암, 전이성 질환 등 다양한 질병 부위에서 임상시험 중에 있다.

현재 BNCT는 일본을 주축으로 미국, 핀란드, 이탈리아, 러시아, 스페인, 이스라엘, 한국, 대만 등에서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16개소의 실용화 BNCT 임상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이제 BNCT가 난치성 암 및 다양한 일반 암 치료에 새로운 희망의 패러다임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해조 세렌메디연구소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