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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대북확성기 방송 실시…‘감내하기 어려운 조치’ 단계적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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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혁 기자

승인 : 2024. 06. 09. 19:46

북한, 8~9일 오물풍선 330여개 띄워, 국내 80여개 식별
군당국, 9일 BTS 노래 대북방송...2018년 이후 6년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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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부대 장병들이 대북방송 실시 대비 실제훈련에서 확성기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내 피 땀 눈물 내 마지막 춤을, 다 가져가 가~, 내 피 땀 눈물 내 차가운 숨을, 다 가져가 가~."

북한이 8일 밤부터 9일 오전까지 오물풍선을 330여 개를 다시 남쪽으로 날리자 우리 군이 9일 오후 그동안 접었던 대북 확성기를 꺼내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를 북녘땅을 향해 틀기 시작했다. 6년간 중단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것이다. 군 당국은 이날 오후 국군심리전단의 대북방송 '자유의소리'를 확성기를 통해 송출했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 정부가 예고했던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확성기 방송 실시를 빌미로 북한이 직접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8일 밤부터 북한이 띄운 오물풍선이 이날 오전 10시까지 국내에 80여 개가 낙하했다. 이번에 북한이 날린 오물풍선은 총 330여 개였지만 서풍계열 바람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식별된 것은 소수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중단해온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이날 오후 최전방 24곳에 설치된 고정식 확성기와 이동식 장비 16대 등을 투입해 국군심리전단의 라디오 대북방송 '자유의소리'를 확성기로 틀었다.

이와 관련해 합참은 "우리 군은 이번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경고한 바와 같이 오늘 오후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며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의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며, 오물풍선 살포 등 비열한 방식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군은 최근 전방지역에서 대북방송 송출을 위한 '자유의 메아리 훈련'도 실시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우리 군의 대표적 대북 심리전 수단이다. 지난 2018년 4월까지는 이애란의 '백세인생', 원더걸스의 'I Feel You/So Hot', 에이핑크의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빅뱅의 '뱅뱅뱅', 아이유의 '마음', 노사연의 '만남',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등이 방송됐다.

북한은 이 같은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체제 위협'으로 간주해 확성기에 포격까지 한 바 있다.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 발발로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경기 연천군 육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겨냥해 14.5㎜ 고사총(ZPU-4) 1발과 76.2㎜ 직사화기(ZiS-3) 3발을 발사했다. 이 때 우리 군은 155㎜ 자주포 29발로 대응 사격을 했다. 이후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는 등 남북은 전면전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이 후 진행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의 지뢰 폭발 유감 표명 △우리 쪽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6개 항의 '8·25 합의'가 나오면서 긴장국면은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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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부대 장병이 대북방송 실시 대비 실제훈련에서 확성기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북한이 각종 남북 회담때마다 중단을 요구하고, 총·포를 쏠 정도로 치를 떠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건 6년여 만이다. 이를 시작으로 앞서 예고했던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시행 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백령도를 비롯해 서북도서에 배치된 K-9 자주포와 육군의 다연장로켓체계 '천무' 등의 실사격 훈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9·19 남북 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 선언 이후 첫 서북도서 일대의 해상 사격훈련은 이달 중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각 군의 훈련 계획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의 실사격과 연대급 이상 대규모 기동훈련도 진행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지상에서의 실사격과 대규모 기동훈련은 지역 주민 동의 등의 절차에 시간이 필요한 게 현실인 만큼 각 부대별 훈련일정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군이나 정부차원의 대규모 대북 전단을 띄우거나 대형 대북 전광판 설치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남 오물풍선을 보낸 주체가 북한군인 만큼 우리 군도 직접 나서 북한 전역을 완전히 덮어버릴 대규모의 대북 전단 풍선을 띄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GOP 부근에 높이 10m, 길이 18m인 대형전광판을 설치해 북한 군인들의 인식을 바꾸고 남한에 대한 동경을 갖게 하는 대북 심리전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확성기를 다시 켜니, 김정은이 아주 '경기'를 하며 준전시 상태까지 돌입하겠다고 협박했다"며 "확성기 설치는 시작일 뿐이다. 군이 나서면 북한 주민들을 완전히 덮어버릴 만큼의 대북전단이나 USB 등을 날릴 수 있다. 추가 도발 시엔 대북 전광판도 세울 수 있는 등 우리 당국이 취할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군 당국의 조치가 진행될 수록 남북간 대결구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간 국지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처럼 대북 확성기를 겨냥해 조준 타격 위협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자칫 남북 관계에서 대결의 악순환 구조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우발적인 돌발적인 사태의 발생을 억제시킬 수 있는 상황 관리 능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사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상황 관리를 하고, 궁극적으로 남북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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