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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칼럼] 국민의힘, 전대 이후가 더 중요하다

[고성국 칼럼] 국민의힘, 전대 이후가 더 중요하다

기사승인 2024. 07. 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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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주필
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파행으로 얼룩진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나가고 있다. '이런 전대 한 번 더 하면 당이 공중분해 되겠다'는 걱정과 우려가 컸다. 이제 후보들 간의 경쟁은 끝났고 당원들의 심판만 남았다. 당의 운명도, 대통령의 운명도 그리고 대한민국의 운명도 84만 당원들의 선택에 달렸다.

투표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줄잡아 수십 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경험적 연구다. 이 중에는 투표일 아침 부부싸움도 들어간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투표 연구는 결국은 한두 개 핵심 이슈에 대한 입장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대 투표 또한 이 결정적 핵심이슈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갈 것인가, 따로 갈 것인가가 결정적 변수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을 야권의 탄핵 공세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은 여권이라면 너무도 당연한 명제일 것이다.

그러나 까딱 생각 한번 잘못하면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 '인기 없는 대통령을 위해 왜 우리가 올인해야 하나?' '차라리 탄핵하고 판 다시 갈아엎는 게 대권장악에 유리하지 않을까? 어차피 대통령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판에!' 이런 생각이 여권 내에 없으란 법이 없다. 탄핵 방조나 임기단축 개헌 같은 흐름은 언제든 돌출할 수 있다.

'정권 재창출, 하면 좋지만 야당도 할만하다. 나만 살아남으면 기회는 언제든 온다'는 위험하고 얄팍한 계산이 여권 정치인들 사이에 퍼지지 말란 법 또한 없다. 8년 전 국민의힘이 바로 그러하지 않았던가!

싸움도 해 보기 전에 비상대책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는 차선 아니면 차악의 선택이라면서'. 이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그대들은 과연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앞으로 나아간 적이 있는가?' 윤 대통령을 야권의 탄핵 공세로부터 지켜내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그 기반 위에 보수정권 재창출을 이루어 내는 최선의 길은 힘들지만 포기해서는 안 되는 길이다. 차선은 이 최선의 길 위에서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끝났다. 이제는 미래 권력을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은 한국정치의 가장 중요한 상수를 간과했다.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독점적 권위를 지닌 상수라는 점이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으나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만들 수는 있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것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인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정치적 고난을 자초한 사례를 정치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을 버린 이회창 후보,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한 김무성, 유승민 등.

상생의 길이 있다. 대통령도 살고 당도 살고 대한민국도 사는 길 말이다. 그것은 확실한 상수인 대통령과 함께 상생하는 판을 짜는 것이다. 변수 중 하나에 불과한 특정인을 가운데 놓고 그 틀 속에 상수인 대통령을 욱여넣으려는 무모한 짓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쓰러져도 대통령이지만, 대통령을 배신한 자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우리 정치사가 보여주는 냉엄한 현실이다.

84만여 당원들 대다수는 한국정치의 격동을 온몸으로 겪어낸 사람들이다. 멀리는 박정희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도 있을 터이고 대부분은 6·29선언과 직선제 개헌, 3당 합당, 2007년 아름다운 승복과 박근혜 탄핵사태를 견뎌낸 사람들이다. 거친 손만큼이나 뜨거운 가슴을 부둥켜안고 대한민국을 살아 낸 사람들이다. 이제 그들에게 대통령의 명운과 당의 미래 그리고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 있다.

누가 대표가 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대 이후 새 지도부가 바로 이들 84만여 명의 당원들과 수백, 수천만 명의 지지자들을 어떻게 다시 단일대오로 묶어세우는가이다. 흐트러지고 어수선해진 당정 관계를 어떻게 복원하고 재정비하는가이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물을 잘 빼내고 기반을 단단히 다졌을 때의 얘기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물을 제대로 빼내지 못해 먼저 온 비를 머금은 상태에서 다시 비가 오면 작은 비에도 무너져 내리는 게 산사태다. 이번 폭우와 같은 전대로 여기저기 비상벨이 울렸다. 전대 후가 더 중요하다는 국민의 소리를 새 지도부가 무겁게 듣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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