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신현길의 뭐든지 예술활력] 지방자치단체들이여, 예술가들을 초대하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825010013176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8. 25. 17:36

2024082601050017103
신현길 문화실천가
문화실천가 신현길의 '뭐든지 예술활력'아시아투데이는 매주 월요일 본란에 김정학(전 대구교육박물관장)의 박물관, 윤일현(시인)의 시, 김주원(큐레이터, 전 대전미술관 학예실장)의 명화감상, 그리고 신현길(문화실천가)의 지역문화콘텐츠 이야기를 매주 돌아가면서 싣는다. 이번에는 네 번째 "문화실천가 신현길의 '뭐든지 예술활력'"이야기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 4월! 30년이 넘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마을로 이사를 했다. 연극제작자이자, 축제기획자, 문화기획자로 불리며 나름대로 일관성 있는 경력을 쌓아온 필자가 서울을 떠나 충남의 농촌마을로 이사한 것이 주변 사람들 눈에는 특이하게 비쳤는지, 응원의 소리보다는 '어쩔려고~' '시기상조이다'라고 반응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예술계의 중앙(서울) 쏠림현상이 유독 심해지고 있는데, 오히려 서울을 떠나 지역으로 가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의아스러웠을 것이다. 서울에 있어야 예술계의 최신 트렌드를 빨리 접할 수 있고,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으며, 서울에서 예술가로 이름을 알려야 그나마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데, 서울 인근이 아닌 충청도로 이사한 것은 일반적인 생각에 대한 반기이자 도전으로 비쳤나보다.

공공분야나 산업분야의 경우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역의 스타기업(유명 빵집, 식당 등)이 중앙으로 진출하는 일이 종종 있는 것에 비해 문화예술계는 서울의 일방적인 지배현상이 강하며 문화의 수평적 교류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계조차 서울로만 향하는 쏠림현상 소위 '지방소멸'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지방소멸'의 위기는 지역에 남은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겨 서울을 동경하게 만들고, 청년들은 서울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엿보게 된다. 심지어 지역의 청년예술가들을 육성할 수 있는 예술대학조차 문을 닫게 되어, 지역은 청년예술가가 사라지는 매력 없는 곳으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의 문화재단들이 청년예술가와 청년기획자 양성프로그램을 실시하지만, 역부족으로 보일 뿐이다.

청년들이 지역에 남지 못하고 중앙 소위 서울과 수도권으로 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역의 일자리 부족과 문화인프라의 미비가 지목된다. 이로 인해 행정에서는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대형 아트센터를 만들고 권역별로 생활문화센터를 확충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는 것이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콘텐츠 창작과 개발의 노력이 대단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역을 매력적으로 변신하게 하는 콘텐츠 창작과 개발은 예술가들이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유치하듯 예술가들을 자신의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공무원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2024082601050017100
2023년 청년예술인들과 경남 통영에서 진행한 워크숍.
지역에서 발휘될 예술가들의 능력은 지역을 새롭게 해석하고 지역에 맞는 콘텐츠를 창작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이것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화소통 인프라를 갖추어야 하는데, 지방의 기초지자체는 공연장, 갤러리 같은 눈에 보이는 시설을 갖추기 위한 예산과 시설의 관리 인력을 뽑는 것에만 관심을 쏟는다. 이렇게 해서는 예술가나 문화예술전문인력들의 관심을 지역으로 돌릴 수가 없다. 예술가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지원기금, 그리고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때마침 대부분의 기초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문화재단이 있으니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시라! 그리고 빈집을 예술가들을 위해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해 보면 좋을 것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활력의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산촌마을 가미야마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국내외 예술가들을 마을로 초대해서 지역활성화의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매년 마을로 초대된 3명의 예술가들이 마을과 소통하면서 작품을 창작하였고, 이 작품들이 마을의 볼거리이자, 소위 힙하면서도 타인을 환대하는 마을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소문이 퍼지면서 일본 전역에서 창조적인 청년들의 발길이 시코쿠섬의 외딴 산촌마을 가미야마로 향하게 되었다.

일본의 예시를 무조건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는 없다. 심지어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몇몇 지자체에서 시도를 하였지만 실패한 경우도 많고, 일부 성공한 곳도 있었으나 지속적이지 못했다. 실패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행정조직의 딱딱함이다.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행정조직의 힘은 막강하다. 이 힘을 시설관리에만 집중하지 말고, 예술가들을 자신의 지역으로 초대하는 것에 이용하시라! 그리고 예술가들이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지역의 문화재단, 교육단체, 사회경제적 조직, 예술가 등이 소통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서 유지해야한다. 그리고 문화예술전문인력에게 거버넌스의 운영을 맡겨 민간의 자율성을 활용해야 한다. 섬세한 운영의 기술을 발휘해야 예술가들이 모이고 그들의 능력치가 최대로 발휘된다. 이렇게 몇 년이 누적되면 예술가들이 지역의 매력적인 자원이 될 것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여, 이제 예술가들을 초대하고 이들이 어떻게 지역에 활력을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할 시간이다.

/문화실천가


신현길 문화실천가는…

어릴 적부터 예술과 역사, 사람에 관심이 많았다. 결국 학부 전공과는 무관하게 정동극장과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의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아트브릿지를 창업하였다. 지역의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맞춤형 문화예술콘텐츠를 서울 창신동, 충남 아산, 경기도 남양주와 구리, 전라도 군산, 여수 등 전국에서 15년간 만들어 오고 있다.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을,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기획자이자, 문화실천가이고자 오늘도 달리고 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