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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 시멘트’ 수입을 환영하는 이유

[기고] ‘중국 시멘트’ 수입을 환영하는 이유

기사승인 2024. 10. 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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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화 시멘트환경문제해결 범국민대책회의 의장
박남화 시멘트환경문제해결 범국민대책회의 의장
최근 정부가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의 하나로 외국산 시멘트 수입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시멘트 가격은 50%나 올랐고, 시멘트업계는 그로 인해 호황을 누려 왔다. 하지만 시멘트 제조 주원료인 국제 유연탄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인상된 시멘트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용 압박을 받고 있는 건설업계가 가격이 저렴한 외국 시멘트, 특히 중국산 시멘트 수입 카드를 제시하자 정부도 이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모양새다. 시멘트업계는 인상된 가격과 더불어 쓰레기 처리비용으로도 영업이익을 챙기고 있는 만큼 중국산 시멘트 수입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있다. 시멘트 벨트지역(강원 강릉-동해-삼척, 영월, 충북 제천, 단양) 출신의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시멘트 수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그동안 엄 의원이 시멘트업계 이익을 대변해 온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만큼,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안타까운 점은 엄 의원의 관심과 발언에 자신이 속한 지역구 주민들의 건강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논쟁 속에 시멘트 공장 주변에서 살고 있는 피해 주민들이 느끼는 불만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정부 측 내용에는 건설경기, 시멘트 제조원가, 국제 원자재 가격 추이 등 경제적 측면만 반영돼 있다. 이는 산업통산자원부나 국토교통부 등의 주장 및 입장일 것이다. 반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시멘트 품질 관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나 국회의원의 제안은 보이지 않는다. 환경부나 보건복지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쓰레기 시멘트'로 인해 시멘트 벨트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공해 문제나 전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새 집 증후군' 피해는 왜 논의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가. 시멘트 벨트지역 주민들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쓰레기 시멘트'의 폐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양질의 외국산 시멘트 수입을 찬성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산 '쓰레기 시멘트'의 폐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쓰레기 총량의 약 4분의 1을 시멘트 공장이 연료와 원료로 사용해 처리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의 '2030-2050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 계획'에 따라 시멘트 공장의 쓰레기 처리 용량이 수년 안에 지금보다 몇 배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유해한 질소산화물(NOx)의 국내 공해 유발 산업군 배출 허용기준을 살펴보면, 제철-제강업이 170ppm, 화력발전이 90ppm, 폐기물 소각업이 50ppm인데 비해 시멘트 공장은 270ppm에 달한다. 외국의 시멘트 공장과 비교해 보면, 독일이나 유럽 대부분 나라가 70ppm, 일본이 50ppm에 그친다. 중국 역시 대부분 지역이 50ppm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시멘트 제조시 쓰레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 현장에서는 이제 중국 시멘트가 국산 시멘트보다 깨끗하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가 GDP의 0.3%에 불과하면서 국가 전체 공해 물질의 10%를 배출하는 후진국형 산업군의 대표격인 시멘트산업을 언제까지 과잉 보호하며 그 독성 폐해를 지역 주민과 국민들이 떠안고 살아야 하는가.

둘째, 우리나라는 수출 주도의 FTA(자유무역협정)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원활한 무역 환경을 통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은 정설이다. 그런데 유독 시멘트산업만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된다는 말인가. 이에 엄 의원의 "중국산 시멘트 수입이 국내 업계 실적 악화와 연구 개발,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시멘트산업을 지금처럼 정책적으로 과보호해야 한다는, 다분히 시멘트업계를 대변하는 주장으로 들린다.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중국처럼 쓰레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유럽이나 일본처럼 엄격한 기준과 기술에 따라 양질의 시멘트를 생산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은 왜 살펴보지 않는 것인가.

이번 시멘트 수입 논란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은 국민 건강과 시멘트 산업 보호의 상관성 문제다. '쓰레기 시멘트' 제조 공장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 50만명의 건강권과 새집 증후군(아토피·알레르기 증상)에 시달리는 전 국민 모두의 건강권도 검토 대상에 반드시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다. 시멘트 벨트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조차 이 문제에는 눈을 감고, 오직 시멘트 공장의 막대한 영업이익만 보장하라는 주장만 펼치고 있는 상황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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