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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리한 트럼프 청구서, 동맹을 ‘머니 머신’이라니

[사설] 무리한 트럼프 청구서, 동맹을 ‘머니 머신’이라니

기사승인 2024. 10.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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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의 요구대로 현금을 지불할 능력을 가진 '머니 머신(현금 자동 지급기)'이라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13조6500억원)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을 통해 한국 측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사실상 공약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서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기꺼이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달 초 타결된 제12차 SMA 협상에 따라 우리나라가 2026년 지불하기로 한 분담금 1조5192억원의 9배에 달한다. 무려 71년 동안 이어져 온 혈맹을 돈 만드는 기계로 치부하며 무리한 '청구서'를 공언한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미국 유권자들을 겨냥해 이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다소 과장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우리가 거의 대등하게 부담하고 있음에도 한국을 '안보 무임승차자'로 여기고 갈수록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게 문제다.

'트럼프 1기' 중인 2019년 제11차 SMA 협상 때도 기존 한국 방위비 분담액의 5배에 달하는 50억 달러를 내놓으라고 압박했었다. 협상타결이 1년 이상 지연되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양국 국방장관들이 얼굴을 붉히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2021년 분담금을 13.9% 인상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내가 (한국과) 합의한 것을 다 뒤집었다. 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그들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한다"며 "(그럼에도) 한국은 아무것도 내지 않았다. 이것은 미친 일"이라며 사실과 다른 얘기를 했다. 주한미군 주둔규모도 실제 2만8500명이지만 4만명이라고 잘못 인식하는 실수를 반복했다.

무인기 관련 북한의 도발 가능성, 북한의 남북 연결 도로·철도 폭파 등으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다. 그만큼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도 주한미군은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는 미국의 전진기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박빙의 선거에서 한 표가 아쉬워도 혈맹을 '머니 머신'으로 폄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5개월에 걸쳐 한미 정부가 어렵게 타결한 SMA를 하루아침에 뒤집고 재협상하자는 것도 외교 관례상 정도(正道)가 아니다. 미국 대선이 끝난 후 이 문제가 합리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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