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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로이터통신과 마닐라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과거 다바오 시장 시절 범죄를 통제하기 위해 '암살단'을 운영했다고 시인했다.
범죄 통제를 목적으로 시민에 대한 암살 작전을 실행하는 백색 테러 그룹인 '죽음의 부대'를 운영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다바오 시장 재직 시절 당시 수천 명의 범죄자가 사망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은 경찰의 일"이라 말했다. 다만 "무방비 상태의 용의자를 죽이라고 명령한 적은 없지만 범죄자들이 반격하면 죽여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해당 암살단은 경찰이 아닌 갱스터와 같은 범죄자들로 이뤄졌다며 다소 불분명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인권단체들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임했던 22년 동안 다바오에서 약 1400건의 의심스러운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대통령 시절 벌인 '마약과의 전쟁'도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선 자신은 "사법 외 살인을 명령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마약과의 전쟁은 마약을 근절하기 위한 것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무고한 이와 무방비 상태의 국민을 보호하려던 정책"이라 주장했다. 아울러 "사과도,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나는 내가 할 일을 했다. 나라를 위해 그렇게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마약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마약 사범을 대거 잡아들였다. 마약 복용자·판매자가 투항하지 않으면 즉각 총격을 가해도 좋다며 경찰에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 과정에서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의 공식 집계는 약 7000명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 2021년 필리핀 정부가 마약 사범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민간인에 대해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격이 벌어졌다고 판단,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그간 ICC의 협조 요청을 거부하던 필리핀 정부는 최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현 대통령과 두테르테 전 대통령 세력 간 반목이 깊어지면서 결국 전직 대통령이 청문회에 서게 됐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발생한 살인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조사에 참석한 전직 경찰서장들에게 "내가 범죄자를 죽이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 소리치며 다그치기도 했다. 그는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약 범죄를 모두 소탕할 것"이란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청문회장 인근에는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가족 수백 명이 모여들어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