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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덕진구 어은골에 사는 A씨(70대)는 지난 7월 NH농협은행 태평동지점이 폐쇄한 이후, 격주에 한번씩 1.7km 떨어진 전주완주시군지부를 찾아 나선다. 지도 앱은 걸어서 30분 거리라고 나오지만, A씨는 위치를 몰라 헤매다보면 1시간이 훌쩍 걸린다고 하소연한다.
어은골은 고령층이 많은 지역이다. 교통이 불편해 어디를 가든 도보 이동이 필수다. 지방에서 가까운 은행 점포가 사라진다는 건, 단순히 은행 하나 줄어드는 문제를 넘어선다. 이들에게 은행은 단순히 돈을 맡기고 찾는 공간 그 이상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대면 서비스는 단순한 금융 업무를 넘어 생활의 안정감을 제공하는 필수적 사회 기반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은행권은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금융이 보편화되자 지점 통폐합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국내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조4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5.78% 증가했다. 실적 개선 이유는 분명했다. 대출자산 확대 등을 통해 이자수익이 늘어난 점도 있지만, 점포를 줄이고 지속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운영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기준 국내 5대 은행의 점포 수(4037곳)는 5년 전보다 16.3%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2년 전과 비교해 약 10% 줄었다.
점포 축소 자체는 수도권에 집중됐지만, 타격은 지방이 훨씬 크다. 8월 기준 전국 은행(4대 시중은행·지방은행·저축은행) 점포 수는 3837개다. 하지만 서울(1243곳, 32.39%)과 경기(708곳, 18.45%), 인천(181곳, 4.71%)을 제외한 지방 점포 수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 1705개(44.43%)다.
특히 지방에서는 인구 소멸 위기를 직면하고 있어, 금융 접근성의 단절은 지역사회 활력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3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130곳에 달한다. 특히 전북, 강원, 경북, 전남, 충남의 소멸위험지역 비율은 80%를 초과했으며, 충북과 경남 또한 70%를 넘어섰다.
은행이 기업으로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금융공공성 차원에서 사회적 역할과 책임 또한 수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단순한 서비스 감소를 넘어 지역사회에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구조적 변화와 그로 인한 사회적 소외 및 불평등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은행은 단순히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기관에 머물게 아니라,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금융서비스는 물론 상생의 기회도 만들어가야 지방 소멸 위기도 조금은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