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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인자 시리즈] ‘3대세습’ 체계 완성한 김기남.. 김씨 일가의 ‘황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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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4. 05. 09. 14:41

김기남 선전선동 비서 '7일 사망'
'북한의 괴벨스'로 불리며 사망 후 김정은 주도 하 '국장'
김기남 3대에 걸쳐 '핵심층 이탈한 적 없는' 입지전적 인물
'핵심 지도층' 한 자리에
김정은, 김기남 전 비서 빈소 찾아 애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새벽 2시에 김기남 전 당 중앙위원회 비서의 영구를 찾아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고인의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시하고 위로해주고 있다. /연합
김일성 집권기 부터 북한 체제 내 '2인자'로 불렸던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선동 담당 비서가 지난 7일 사망했다. 김 전 비서는 김일성 집권 시기부터 김정일·김정은 세습 체계가 이어질 동안 한 번도 핵심 권력층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는 김씨 일가의 '황태자'로 통했다. 통상 피의 바람이 부는 '평양'에서 한 번도 숙청 당하거나 좌천 당하지 않고 이토록 길게 김씨 일가의 복심으로 활동한 인물은 극히 드물다.

김정은의 고모부였던 핵심 중의 핵심 권력자였던 장성택 마저 김정은 체제 아래 고사포로 공개 처형된 곳이 바로 북한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김기남의 생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김씨 일가를 신격화하며 절대 권력을 내줬다. 그 결과는 피의 숙청으로 이어졌다. 2015년 당시 군부 실세 2위이자 북한 내 2인자로 분류됐던 현영철도 예외는 없었다. 김 위원장의 연설 중 졸았다는 이유와 말대꾸가 숙청으로 귀결됐다는 말도 나왔지만 군부 핵심 권력자가 즉시 공개처형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김정일 정권 때만 해도 군부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심지어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도 눈치를 보게 만드는 조직이었다. 하지만 김정일 체제가 갑자기 군부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면서 김정일이 국방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선군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그 이후 군부도 김씨 일가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토록 폭정을 휘두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기남 3대에 걸쳐 '핵심층 이탈 없었던' 입지전적 인물

이런 상황에서 김기남 전 비서는 죽어서도 명예를 지킨 인물이 됐다. 김 위원장이 직접 김 전 비서의 장례식장 진행을 직접 주도하는 등 '국장'으로 치러지는 것만 봐도 김 전 비서의 위세가 사망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 전 비서가 전날 사망했다며 김 위원장의 주도 아래 국장으로 진행된다고 알렸다. 김 전 비서가 사실상 지금의 김씨 왕조를 만든 일등 공신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같지만, 북한의 전세계에서도 '비정상 국가'로 통하기에 김기남의 롱런은 극히 드문 일이다. 김 전 비서는 알려진 바대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습 독재체제를 공고히했다.

이날 통신은 "2022년 4월부터 노환과 다장기기능부전으로 병상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김기남 동지가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2024년 5월 7일 10시 애석하게도 94살을 일기로 서거했다"며 "김기남 동지는 우리 혁명의 사상적 순결성을 고수강화하고 사회주의 위업의 줄기찬 승리를 정치적으로 굳건히 담보하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에 모든 것을 다 바쳤다"고 설명했다.

김 전 비서의 시신은 평양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에 안치됐다. 8일엔 조문객을 받고, 다음날 오전 발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 2인자의 장례식인 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주도하며 국장을 치를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2시 빈소를 찾아 조의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전 비서는 '북한의 괴벨스'로 불릴 만큼 선전선동 정치에 능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1960년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시작으로 중앙정치 전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선전선동부장과 선전 담당 비서를 지내면서 김씨 일가의 '3대 세습' 정당성을 홍보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았다.

고인은 고령의 나이에도 김정은 집권기에서도 지위를 유지할 정도로 핵심 지도부 내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그는 대대적인 세대교체 흐름에 맞춰 지난 2017년 10월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주석단 명단에 빠지며 무대에서 물러났다. 그러면서 당 부위원장과 선전선동부장의 직책도 내려놨다.

◇김대중 전 대통령 '병문안' 위해 한국 찾기도… 김정은이 주도한 '국장'에 핵심 지도층 한 자리에

그는 김정일 집권기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세를 과시했다. 특히 지난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 특사조의방문단 단장을 맡아 한국을 찾기도 했다. 이에 앞선 지난 2005년 8·15 민족대축전 당시에도 서울을 찾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였다. 또 당시 투병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 쾌차를 기원하며 위로하기도 했다.

김 전 비서의 장례식장엔 북한 권력의 핵심층이 한 자리에 모였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조용원 조직비서, 리병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전현철·김재룡·리일환·박태성·조춘룡 등 당 간부들이 자리했다.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맨 뒷줄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김기남 전 비서 사망
2022년 4월부터 노환과 다장기기능부전으로 병상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북한 김기남 전 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지난 7일 10시 94살의 일기로 사망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연합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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