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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독트린’ 따라 ‘질주’하는 통일장관… ‘여론전’으로 北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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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4. 08. 23. 11:15

김영호 통일장관, 외신기자들부터 만나 '국제여론전' 시동
"북한, 독트린 전면 배격하며 내부결속 기회 삼을 가능성"
외신기자클럽 회원들과 인사하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간담회에 입장해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8·15 통일 독트린' 발표 이후 언론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공무원들에게 관련 강의를 하는 등 통일 독트린 이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장관은 통일 독트린 발표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서울외신기자클럽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통일부 출입 기자들보다 먼저 외신 기자들을 만나 여론전을 펼친 것인데, 그만큼 통일 독트린에 대한 국제여론 형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도로 읽힌다.

김 장관은 23일 오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7급 신규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주제는 '8·15 통일 독트린'으로 1994년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발표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국제정세의 변화와 한반도 상황을 평가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통일 독트린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강연은 전국의 공무원 대상 교육에 활용될 정도로 정부 차원의 중요한 일정이다. 여기에 일반 국민들도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어 정부의 '통일 독트린' 알리기 운동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김 장관은 역대 장관과 비교해 상당히 언론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당국자로 언론 인터뷰 요청에도 적극 응하는 유형의 고위 공무원이다. 또 북한이 소통 채널을 완전히 닫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카운터파트인 통일부 무용론이 입에 오르내리지 못하게 할정도로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이고 있다. 김 장관은 평일 저녁마다 '통일이 있는 저녁'이라는 자리를 마련해 각계 각층의 통일 관련 인사들을 만나 '통일 담론' 형성을 위한 논의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통일 독트린' 따라 질주하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 같은 김 장관의 광폭행보는 북한에게 전하는 모종의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통일 독트린'에 아무런 반응 없이 거절 의사도 내비치지 않는 상황에서 내외신을 가리지 않는 '언론 플레이'로 북한을 최대한 두드려보겠다는 심산으로도 볼 수 있다.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북한에게 호응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7대 통일 이행 방안을 위한 TF(태스크포스)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TF는 통일부 장차관을 중심으로, 대통령실 안보실, 정책실 등 다양한 부서의 핵심 고위 당국자가 직접 참여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북한의 호응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 여론전 등이 TF의 당면 과제일 수 있다.

김 장관은 전날 진행한 서울외신기자클럽과의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결국 비핵화의 길로 나오지 않고 비공식 핵보유국 지위를 얻는다면, 동아시아의 핵도미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거듭 피력했다. 김일성 정권때부터 이어져 오던 북한의 핵개발 폭주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은 결과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최대의 안보 위기로 이어졌다. 정부는 지금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나오게 하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보는 듯 하다. 북한의 아픈 고리인 '인권', '정보'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자유 열망을 불어 넣어 아래로부터의 자유 통일을 추구한다는 점도 급한 정부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단적인 예다.

◇"북한, 통일독트린 전면 배격하며 내부 결속 기회 삼을 것"

이런 상황에서 김 장관의 '통일 독트린' 광폭 행보는 최근 통일 지우기에 나선 북한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자극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가 됐다. 북한이 대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국제 여론전을 통해 북한의 반응을 어떻게든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장관의 '통일 독트린' 질주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계속 '무응답'으로 일관하기엔 부담이 따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북 접경지역의 대북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최근 홍수로 내부 동요를 억누르기 위해 모든 신경이 그곳으로 쏠려 있어 '통일 독트린'에 가타부타 반응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북한이 통일 지우기에 나선 만큼 이와 관련한 노코멘트가 계속 이어지긴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통일 독트린을 전면 배격하면서 다시 주민들을 내부 결속하는 기회로 삼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덧붙였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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