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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합세해 경영권 찬탈 시도…‘세계 1위’ 고려아연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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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4. 09. 13. 15:29

영풍 장씨 일가vs고려아연 최씨 일가 분쟁 재개
사모펀드 등 외부 자본 유입에 우려 시선도
장형진 고문, MBK와 손잡고 공개매수 나서
최윤범 회장 "성장 저해 우려"
최윤범장형진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이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은 공개매수에 대해 경영권 약탈 시도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각사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업체 고려아연을 두고 동업자간 경영권 분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합세해 지분 공개매수를 추진, 경영권을 찬탈하겠다는 계획이다.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은 사전 논의와 협의 없는 일방적인 경영 개입 예고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특히 세계적 경쟁력을 지켜야 하는 시점에 투기 자본의 유입으로 사업 성장성 저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최근 영풍 대표이사 2인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등 경영 위기가 닥친 시점에 경영권 분쟁에만 몰두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경영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사태 자체에 대해서도 우려를 내놓고 있다. 최근 이차전지 사업 소재 등 비철금속 제련 기술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는 시점에 지분다툼으로 투자 및 의사결정 적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만약 사모펀드가 경영을 주도할 경우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금 회수를 우선 가치로 두고 예정했던 미래 성장 사업 추진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13일 MBK파트너스는 전날 장영진 영풍 고문과 주주간계약을 맺고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의결권 공동 행사를 예고한 데에 따라 지분 공개매수를 결정했다. 현재 양측의 지분율 대결 구도는 영풍(장형진 고문) 측이 33.13%, 고려아연(최윤범 회장) 측이 33.99% 수준이다. MBK는 공개매수로 발행주식 총수 7%이상, 최대 14.6%까지를 매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사주와 국민연금 지분 등까지 제외하면 유통물량은 23%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 단위로 MBK는 7%를 제시, 공개매수 응모가 이에 미달하면 매수를 철회하겠다는 계획이다.
MBK를 동원해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회계 장부 및 서류 열람을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의 동업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기 시작, 상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하고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해 고려아연 주주들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해왔다고 의심된다"며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MBK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취득하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도 경고했다. 현재 장형진 고문이 영풍그룹이 속한 고려아연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공개매수 외의 지분 매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자사주 매입이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 및 주식 시세 조종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계획에 즉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로, 적대적 약탈이 의심된다는 뜻에서다. 비철금속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 기간산업 영위 기업에 대해 외부 자본이 개입하면서 사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이와 함께 영풍의 경영 개입 자체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앞서 영풍은 그룹 대표이사 2인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를 맞이했다. 당장 경영 정상화가 아닌 고려아연 경영권을 침탈하려는 시도를 행하면서 기업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설명이다.

고려아연 측은 "비철금속 제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때, 현 경영진의 장기간 축적된 산업전문성과 경영 노하우가 핵심 경쟁력이라고 판단한다"며 "현 경영진의 장기적인 안목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당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만약 공개매수에서 MBK파트너스가 지분 과반 이상을 확보한다면 투기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요인이다.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했지만 콜옵션 계약에 따라 장형진 고문 일가의 지분보다 주식 1주를 MBK파트너스가 더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선 MBK파트너스가 재무적 투자자로서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투자금 회수에 만 몰두할 수도 있다고도 본다. 고려아연은 세계 점유율 1위의 비철금속 제련회사로,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신성장사업에 투자를 예정했지만 사모펀드가 경영에 나선다면 미래 투자보단 현 사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수익을 최대화하는데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시각에서다.

아울러 산업계 전반에서는 소모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사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고 본다. 국가 핵심 산업인 이차전지 등에 비철금속 제련이 필수적인 만큼 장기적 안목에서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인데, 경영권 분쟁으로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러가 나온다.

한편으로는 세계 1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경영권이 흔들린다는 점 자체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고려아연 측은 "당사의 현 경영진은 독보적인 사업 경쟁력과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하여 정기 배당에 더해 중간배당을 도입하고 자기주식 취득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여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고, 주주분들께서도 이러한 현 경영진의 노력을 적극 지지해 왔다"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현 경영진의 리더십 아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및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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