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패혈증 사망…1·2심 "현저한 의료과오"
대법 "활력징후 안정적…급성감염 예견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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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심숙희 대법관)는 내과의사 A씨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0월 4일 오전 고열·몸살·복통 등을 호소하며 내원한 B씨에 대해 혈액검사·초음파검사 등 실시한 뒤 일반 장염으로 진단한 뒤 약 3일치 처방과 함께 조치시켰다. 같은 날 저녁 B씨는 병원에 다시 내원했으나 응급실 의사 C씨(2018년 사망)역시 입원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다음 날 오후 패혈증쇼크 상태로 인한 다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A씨는 환자가 퇴원한 뒤 CRP 수치가 정상치의 80배로 나타난 것을 확인하고도 입원 시켜 항생제를 투여하는 등 조치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재판부는 A씨에게 현저한 의료과오가 있었다고 보고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가 진찰 중 호소했던 증상의 근본 원인에 의문을 가지고 급성 감염증은 물론 패혈증까지도 의심해 피해자를 입원시켜 면밀히 관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급 병원으로의 전원 가능성까지도 고려한 의료적 판단을 내리는 등 적극적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A씨의 장염 진단 과정에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B씨에게 패혈증 증상이 발현돼 하루만에 사망할 정도로 급격히 악화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에서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A씨가 B씨를 진료했을 때 백혈구 수치가 높긴 했으나, 활력징후가 안정적이고 기타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패혈증 등 중증 감염증 의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결과 등이 고려됐다. 감정에 따르면 염증수치는 장염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수치이고, 급성 감염증을 의심해야 하는 시기는 응급실에서 이뤄진 C씨 진료 때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의사에게 진단상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 의학지식과 경험에 기초해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의사의 주의의무에 관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