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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엑스펙타도르 등 현지 언론은 18일(현지시간) "조혼을 금지하는 역사적 민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 여부, 뿌리 깊은 원주민사회의 조혼 문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보도했다.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제니퍼 페드라사 하원의원(여)은 "의회의 관문을 넘었지만 조혼을 근절하려면 앞으로가 진짜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의 의결을 거쳐 상원으로 이첩된 민법 개정안은 지난 13일 상원에서 가결됐다. 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14살부터 결혼을 허용하는 민법 규정을 개정, 18세 미만의 결혼을 불허한다는 게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혼인적령을 상향하는 민법 개정안은 2007년 이후 8번이나 발의됐지만 번번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지 언론이 개정안 통과를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개정안에는 '부인이 아니라 어린 여자아이들이다'라는 명칭이 붙었다. 민법 개정이 남자아이보다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콜롬비아는 남미에서 조혼의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다.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5세 이하 여자아이가 가장 많이 결혼한 국가 순위에서 콜롬비아는 20위에 올랐다. 18세 이하 결혼으로 연령대를 확대하면 콜롬비아는 세계 11위였다. 콜롬비아의 공식 통계를 보면 2023년 혼인신고를 한 18세 미만 여자는 114명이었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생략하고 동거하는 어린 여자아이도 많아 실제 10대 결혼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지 일간 엘콜롬비아노에는 부모의 강요로 29세 성인 남자와 결혼한 13세 여자아이 등 복수의 사례가 소개된 바 있다.
조혼은 콜롬비아 원주민 사회에서 흔한 일이다. 성인 남자가 어린 여자를 부인으로 맞아들이는 고유의 문화가 뿌리 깊은 탓이다. 이때 신부 측이 남자로부터 재물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아 사실상의 인신매매라는 비판도 거세다. 앞선 사례에서 13세 신부를 얻는 29세 남자는 매월 신부 측에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의 돈을 주기로 했고 신부 측은 이를 월세와 공과금을 내는 데 사용한다고 했다.
조혼은 △10대 출산 △학업중단 △가난의 대물림 등 숱한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한다. 어린 부인이 가정폭력과 학대 등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심각한 건 10대 출산이다. 콜롬비아 통계청(DANE)에 따르면 2020~2021년 콜롬비아에서 결혼했거나 동거 중인 10~19세 10대 엄마로부터 태어난 신생아는 113만7796명으로 조사됐다.
현지 언론은 유엔 보고서를 인용, "매년 중남미·카리브에서 10대가 출산하는 신생아는 160만명으로 세계 최다"라며 콜롬비아는 특히 10대 임신과 출산의 심각성이 큰 국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법 개정안은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서명하고 공포되면 입법절차를 완료한다. 일각에선 페트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어 입법을 낙관하긴 이르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8~2022년 상원의원을 지낸 페트로 대통령은 당시 혼인적령을 상향하는 민법 개정에 반대한 바 있다.
콜롬비아는 이날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막한 2024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초청국으로 페트로 대통령은 브라질을 방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