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무더기로 규제 푸는 아르헨티나, 인플레 잡아간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21010010693

글자크기

닫기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4. 11. 21. 10:40

지난해 말 좌파→우파 정권교체 후 107개 규제법안 폐지
20241121_033131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경제 당국의 10월 물가통계 조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현지 일간 에코노미스타
아르헨티나 정부가 시장개입 장치를 제도화한 규정을 무더기로 폐지했다.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한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보인다.

경제전문지 암비토 피난시에로 등 현지 언론은 20일(현지시간) 경제부가 낸 보도자료를 인용,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시장개입과 관련된 43개 규정을 한꺼번에 폐지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폐기처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권을 내준 전임 좌파 정부는 이번에 폐지된 규정을 통해 쇠고기, 유제품 등의 소비자가격과 통신요금, 사립학교 수업료 등을 규제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반시장적 조치는 부작용만 낳고 물가잡기에도 실패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11.4%로 남미에서 가장 높았다.

시장경제 신봉자를 자처하는 밀레이 대통령이 집권한 후 아르헨티나는 물가대책의 기조를 전면 수정했다.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 마비를 야기한 반시장적 규제의 철폐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아르헨티나가 뽑아든 새로운 무기였다. 밀레이 정부는 탈규제·국가개혁부라는 부처까지 설치하고 반시장적 조치와 규제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에 43개 규제를 무더기로 폐지하기 전까지 정부가 폐지한 조치와 규제는 모두 107개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페데리코 스투르제네헤르 탈규제·국가개혁부 장관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시장의 가격 결정시스템에 혼란만 초래하고 결국은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상승만 가져왔다"고 말했다.

밀레이 정부는 지난달 의회에 일명 '낙엽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면 각종 반시장적 조치를 제도화한 연방법 70건이 무더기로 폐기된다. 밀레이 정부는 사유재산과 자유를 침해하는 70건의 법을 길에 떨어져 쓰레기가 된 낙엽에 비유하며 발의한 법안에 '낙엽 법안'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규제 폐지로 대변되는 정부의 시장개입 중단은 가시적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밀레이 정부는 출범 열흘 만에 부동산 임대차보호법을 폐지했다. 의회까지 장악하고 있던 페론당 좌파 정부가 지난 2020년 제정한 임대차보호법은 주거용 부동산의 최저임대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살인적 인플레이션 정국에서 임대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법이 제정되자 아르헨티나에선 아파트 월세물건의 씨가 말랐다. 인구 350만명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임대차시장에 나와 있는 아파트는 한때 채 100채도 되지 않았다.

임대차보호법이 폐지되자 부작용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올해 들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파트 월세물건은 170% 증가했고 부동산 임대료는 실질가격 기준으로 40% 떨어졌다.

만성적 인플레이션도 잡혀가는 분위기다. 현지 통계청(INDEC)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2.7%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1년 11월 2.5% 이후 최저치다. 밀레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 25.5%를 기록, 전달인 11월 12.8%의 2배로 껑충 뛰면서 월간 기준으로 3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현지 언론은 "정부가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한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불과 10개월 만에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특히 3% 붕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가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밀레이 정부는 2025년 예산안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3%로 예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107% 상승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은 211.4%였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