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정치불안에 매수심리 위축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관망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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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건영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지난 4일 25억원(4층)에 팔렸다. 직전 거래가 이뤄졌던 지난달 11일 35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도 못 돼 10억원이나 급락한 것이다. 도곡동 역삼럭키아파트 같은 평형도 직전 거래보다 8500만원 내린 20억1000만원에 최근 거래됐다.
서초구에선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 79㎡형이 지난 13일 22억9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직전 거래가(27억2000만원)보다 4억3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은 조금씩 늘고 있는데 사겠다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며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가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에선 대어급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100㎡형이 지난 4일 22억7500만원(12층)에 새 집주인을 구했다. 직전 24억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1억2500만원 싸다. 이 단지는 지난해 2월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 재건축 물꼬를 튼 데 이어 지난 7월 송파구에 정비계획 입안 동의서를 제출하는 등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올림픽공원과 지하철 5·9호선 올림픽공원역이 맞닿아 있는 데다, 현재 용적률도 137%로 낮아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집값 하락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잠실 생활권에 있는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형도 지난 3일 22억1000만원에 중개 거래됐다. 지난달 29일 23억30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해 1억20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재건축 기대감과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등으로 올해 상반기 매매가격이 크게 올랐던 강남권 아파트는 지난 9월 이후 나타난 거래 침체기에도 신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하지만 경기 둔화와 대출 규제 등으로 집값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하던 가운데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매매가격 상승폭이 둔화하거나 하락세로 전환한 단지들이 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강남구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국에 누가 집을 사겠느냐는 반응이 적잖다"며 "집주인이든 매수 대기자든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강남3구에서도 당분간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선주 경기대 자산관리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에다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강남 아파트에 대한 집값 상승 기대감이 많이 꺾인 상태"라며 "조기 대선 등을 통해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진 거래 감소 등을 동반한 가격 하방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