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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체육회와 축구협회 모두 수장의 '장기집권'과 독단적인 운영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제대로 받았다. 올해 선거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았던 이유다. 게다가 투표일에 임박해 진행된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 심리 결과도 드라마틱했다. 체육회장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져 일단락 됐고 축구협회장 선거는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 14일 끝난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유승민 후보가 3연임에 도전했던 이기흥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을 체육계는 '이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판세가 그랬다. 역대 최다 6인이 출사표를 던졌고 '반 이기흥 후보들' 간 단일화가 불발되며 이 후보의 어부지리가 예상되는 시나리오였다. 2016년 제40대, 2021년 제41대 선거와 양상이 비슷해지며 김이 빠졌다.
반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런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치러지던 투표 방식이 오프라인 현장 투표로 바뀌었다. 전국 단위 선거임에도 투표장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 한 곳에 마련된 데다 투표 시간까지 150분으로 제한됐다. 이런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젊은 선거인단의 참여율이 높았고 이것이 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 여기에 이 후보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직무정지가 불러올 행정 공백도 체육계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 보다 컸다는 것. 수장의 오랜 집권으로 인해 행정시스템이 무력화되고 이에 따라 직원들의 일할 의지가 사라졌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언첸가부터 체육회 내부에서 종종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선진적 체육행정시스템을 도입해 권력을 분산하고 독단적 행정이 불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체육계 안팎의 주문이 이어졌다. 나아가 학벌, 연고별 파벌주의를 하루속히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날의 이변은 이런 진정성에서 비롯됐다. 유 후보는 당선 직후 "변화에 대한 체육인들의 진정성을 믿고 심기일전 했다"고 돌아봤다.
이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선거가 남았다. 부정적 여론에도 정몽규 현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여기에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로선 변화를 기대하기 위해서 이변이 아닌 '기적'이 일어나야할 판이다. 일정은 안갯속이어도 '방향'이 조금 선명해진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