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00억원을 투입해 화제가 된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운영 미숙으로 논란이 됐다. 국내 최대 규모 공연과 화려한 출연진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연출가와 지휘자가 잇따라 하차를 선언하는 등 파행의 연속이었다. 개막 당일에는 좌석 배치도가 예매 때와 달라지면서 관객 항의가 잇따르고 공연 시작이 지연됐다. 이러저러한 논란 끝에 마지막 날 공연은 취소되기까지 했다.
공연계 악재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원래 연말연시는 공연계 최고 성수기이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취소 표가 쏟아졌다.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티켓 판매가 줄어드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더군다나 올해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공연계의 우려가 크다. 경제가 좋지 않으면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쪽이 문화비 지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문화계는 '공연 성찬'을 준비했다. 전 세계에 K-클래식을 빛낸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조성진의 무대를 비롯해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펼쳐진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줄줄이 한국땅을 밟는다.
'명불허전'으로 일컬어지는 명작들도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현대무용계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피나 바우슈의 '카네이션'이 25년 만에, 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의 히트작 '백조의 호수'가 6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13년 만에 돌아오는 이혜영 출연의 국립극단 연극 '헤다 가블러'와 이영애가 캐스팅될 가능성이 높다는 LG아트센터의 '헤다 가블러'도 이목을 끈다. 이밖에도 뮤지컬 '라이프 오브 파이'가 국내 첫 선을 보이고, '위키드', '위대한 개츠비', '원스' 등 굵직한 작품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 기간에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연이 멈추지 않은 나라다. 우리 문화는 전 세계를 강타한 저력이 있다.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우리를 화합시키고 치유하는 힘은 바로 문화예술에서 나온다. 그것이 바로 공연이 계속 되어야 하는 이유다. '더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