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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발목잡는 관치금융…밸류업, 채찍보단 ‘당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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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기자

승인 : 2025. 01. 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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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이 2024년 5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진행했다. /금융위원회
증명사진
금융당국이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밸류업 지속성'을 강조하면서, 꺼져가는 밸류업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탄핵 정국을 맞이하면서 시장으로부터 밸류업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자, 직접 이 같은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적극적인 행보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당초 기업들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된 밸류업 프로그램에 '강제성'이라는 압박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독려 속에 한편으로는 밸류업 불참 기업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는 당국의 이중적인 태도에 기업들 사이에선 불만도 나온다.

사실 정량적인 수치를 고려해보면, 금융당국의 이 같은 태도가 일정 부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부분도 있다. 작년 말 기준 밸류업 공시(94개) 혹은 예비공시(8개)한 기업들 총 개수가 100개를 넘어섰다. 불확실한 정치·경제 상황 속에서도 기업들이 솔선수범으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일부 상장사들 사이에선 금융당국의 압박이 밸류업 계획을 숙고하는 과정에서 방해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몇몇 기업들이 과거 IR 자료에서 제시했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담는 수준으로 밸류업에 동참했다고 지적했다. 구색만 갖추고 밸류업에 참여했다는 시늉을 보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의 '강제성'이 담긴 태도가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배경이 됐다고 단정 지을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상관관계가 전혀 없어 보이지도 않는다. 얼마 전 만난 중소형 상장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태도가 부담이 된다고 언급했다. 밸류업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인데,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에게 패널티를 부과한다는 당국의 태도가 가혹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구색만 맞추는 식으로라도 공시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같은 메커니즘이 지속된다면, 국내 증시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밸류업 공시 자체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장기적인 성장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등이 공시 내용에 포함되고, 이에 걸 맞는 주주환원 정책이 더해질 때 실질적인 '밸류업'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밸류업에 힘을 더할 수밖에 없는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그럼에도 밸류업을 실제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주체는 결국 기업들인 만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 자칫하면 좋은 취지를 가지고 시작한 밸류업이 금융당국의 '강제성'에 의해 역효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불이익을 운운하면서 상장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를 압박하기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상장 기업들을 독려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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