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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벤처 규제 개혁의 불씨를 살릴 서울시 활약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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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2.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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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성 연세대 글로벌인재대학 객원교수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 생태계에서 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한계 상황에 도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자리를 새로운 벤처가 채워야 하는데, 오히려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많은 벤처가 한국을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벤처 기업들은 자금 및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해외 진출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것은 기업에 매우 큰 위험이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벤처 투자가 줄었지만, 한계 기업을 대체할 벤처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제2의 벤처 붐'이라 할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문제는 규제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면 미래를 꿈꾸며 인재와 자본이 몰린다. 하지만 규제에 막혀 시장 진입 자체가 막히면 그 꿈은 물거품이 된다. 특히 혁신의 파괴성이 클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는 포기하거나 한국을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기업가 정신이 강할수록 적응하기보다 해외로 떠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다. 한국에서 혁신적 의료기기를 만들면 식약처 심사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시장 출시 전에 이런 규제를 요구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벤처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요구하는 자료도 많다.

역대 정부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선허용 후규제를 한다면서 선허용 대상 여부를 심사하는 또 다른 규제를 만들었다. 이제 규제 개혁은 별로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규제가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패배감 때문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서울시가 '규제철폐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서울시는 벤처 육성의 중요한 주체다. 벤처 투자는 물론 규제 샌드박스 신청 기업의 약 60%가 서울시 소재 기업이다. 규제 소관이 중앙부처라고 서울시가 손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규제 샌드박스 지원센터 법제화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고 실증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효성이 낮고 운영이 부실해 벤처의 신뢰를 잃었다. 실증사업이 끝나도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아 규제 변경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이는 중앙부처가 처음부터 문제가 될 소지를 차단하려 했기 때문이다.

중앙부처를 상대로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민간은 그걸 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다른 지자체와 달리 규제자유특구 운영 주체에서 배제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규제 샌드박스 컨설팅 사업을 하면서도 중앙부처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벤처의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지원하기 어렵다.

서울시장은 다른 지자체장과 다르다. 국무회의 참석 대상자로서 제도운영에 문제가 있으면 국무회의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서울시는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같은 한국 벤처의 발목을 잡는 규제의 개혁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까지 나서도 움직이지 않는 중앙부처가 서울시의 노력으로 달라질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서울시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면서 벤처가 다시 규제 개혁에 대한 작은 희망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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