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인터뷰] 칠레의 역사를 새로 쓴 국민투표, 향후 방향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01030010018625

글자크기

닫기

권보민 칠레 통신원

승인 : 2020. 10. 30. 14:17

키트랄 교수 "향후 칠레 정치에 다 많은 대중 참여 필요할 것"
"기존 정당뿐 아니라 원주민 등이 더 주도적인 역할해야"
칠레 국민투표 개헌 찬성...100% 국민대표 구성기관, 새 헌법 발의
[꾸미기]KakaoTalk_20201029_210443428
막시모 키트랄 칠레 우템대학 정치학 교수가 27일(현지시간) 아시아투데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있다./사진=권보민 칠레 통신원
“이번 국민투표를 통해 앞으로 칠레 정치는 더 많은 대중의 참여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정당과 관계없는 무소속 후보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는 힘들 것이다.”

막시모 키트랄 칠레 우템대학 교수(정치학)는 27일(현지시간) 아시아투데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최근 실시된 칠레의 국민투표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존 정당뿐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적 지도자들이 없었던 토착 원주민 등이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칠레 국민투표 결과 77.6%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국민대표 100%로 이루어진 기관에 의해 새 헌법이 발의될 예정이다.
키트랄 교수는 국민투표 이후에는 후보자 등록 절차가 이뤄진다며 “후보자 등록 기준은 매우 광범위하며 당원뿐만 아니라 정치적 독립 후보와 토착 원주민까지 포함한다”면서도 “다만 기존 정당 소속 당원은 후보자 등록이 비교적 쉽고 간결하지만 무소속 후보는 지지 서명을 사전에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원주민들을 위한 의석수 배당 여부 문제와 같은 다양한 사안에 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서 조금 복잡한 상황”이라며 “내년 1월까지 후보자들이 공식적으로 등록이 될 것이며 4월에 최종적으로 국민대표 선출을 위한 투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키트랄 교수는 “정당과 관련이 없는 더 많은 대중의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마푸체·아이마라와 같은 토착 원주민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 땅에는 여전히 많은 원주민이 살고 있지만 그들을 대표하는 정치적 지도자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칠레 정치가 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고, 국민이 그 모든 과정을 지켜 보고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항상 기득권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이 대표가 된다는 것이 칠레가 최근에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지하철 요금 30페소(45원) 인상을 계기로 시작된 대규모 시위에서 이번 국민투표까지 많은 칠레 국민이 큰 변화를 염원한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KakaoTalk_20201030_003928300
막시모 키트랄 칠레 우템대학 교수(정치학)는 27일(현지시간) 아시아투데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최근 실시된 칠레 국민투표 결과와 관련, “새 헌법 제정에 있어 정당과 관계없는 무소속 후보자와 토착 원주민과 같은 소수자들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사진=키트랄 교수 트위터 캡처
키트랄 교수는 헌법 제정을 통해 국민이 얻을 수 있는 변화를 묻는 말에 “현재 헌법보다 더 정확한 개념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장되지 않는 무상교육·의료보험·주거·대중교통·수도 등 사회적 권리들이 더 보장될 것”이라며 “사실 이것들은 현 헌법에 일부 포함돼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 ‘경제적 모델’이라는 잘못된 이름의 이 법안의 기반이 바뀌지 않으면 지금까지 싸워 온 모든 것이 0에 수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9년 베네수엘라의 국민투표 사례를 들며 현 사태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는 질문에는 “우선 베네수엘라의 경우 정당과 관련이 없는 인물들로만 헌법 제정 의회가 구성됐기 때문에 개방적이고 주권적이며 전통적인 정당으로부터는 자유로웠지만 칠레는 당대회로 구성 의회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적 인물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내에서 정치적 힘이 매우 강력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가 하는 대로 합의를 만들어 내고 정치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칠레에는 과거 국가 영웅 수준으로 인기를 끌었던 차베스 대통령과 같은 특정 정치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차베스주의’ 같은 사회 현상이 일어나기 힘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키트랄 교수는 “베네수엘라 같은 경우는 최근에 일어난 문제가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온 것”이라며 “이 문제점들은 차베스주의에서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정부 시절 겪었던 기근 문제로 발생한 카라카스 폭동(카라카소) 같은 역사적 사건들의 더 긴 과정을 봐야 한다. 칠레의 경우에는 그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권보민 칠레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