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극심한 가난에 장기매매 급증…아들 신장까지 판 사례도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한 어린이가 쓰레기 더미 앞에 서 있다. / AP=연합뉴스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극심한 빈곤으로 인한 불법 장기매매가 성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생계 때문에 사채를 썼다 갚을 길이 없어진 주민들은 아이들의 장기까지 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중서부 도시 헤라트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불법 신장 매매가 암암리이면서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신장 수술을 행하는 헤라트 내 병원 2곳의 경우 한 달 15~20건의 수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매매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아프간에서도 역시 불법이지만 아프간 전역의 사람들이 신장을 팔기 위해 이 곳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도시의 벽과 기둥 등에는 장기매매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브로커들은 직접 명함을 건네가며 매매자를 찾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지난 6개월 동안 신장 이식에 대한 문의가 급격하게 늘었다”며 현재 그가 맡은 13명의 환자 중 12명은 다른 지역에서 왔다고 전했다. 당국은 사실상 이를 알면서도 눈 감아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인들이 장기매매에 나선 이유는 한마디로 가난 때문이다. 헤라트 주민 모하메드씨는 음식과 약을 사려고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위협을 받자 아들을 속여 병원에 보내 신장을 떼어내게 했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아들의 신장을 팔아 겨우 빚을 갚을 만큼의 액수인 4500달러(약 556만원)를 받았다. 많은 아프간 주민들이 이처럼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빌렸다 갚지 못하고 장기매매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은 “국제 밀수조직이 장기매매의 배후에 있다”며 탈레반 정부는 장기 불법거래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간 주민들이 수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같은 빈곤의 원인은 경제를 포기하다시피 한 탈레반 통치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샬롯 슬렌테 덴마크 난민위원회 사무총장은 “아프간에서 중산층이 날이 갈수록 소멸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빈곤으로 인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