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미지 보여주려는 의도 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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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교관을 지내다 귀순한 고영환 전 국가전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21일(현지시간) 진행된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 김주애가 대외에 소개된 후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밀려났다"고 주장했다.
고 전 부원장은 "김여정은 정권 중심부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김 위원장 최측근인데, 자녀들이 매우어린 리설주는 김여정이 과도하게 적극적이란 점을 우려했다"며 "김여정과 리설주 사이 모종의 권력 쟁탈전이 이뤄지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김주애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에서 첫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군사현장 시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등 주요 행사마다 김정은 곁에 동행하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반면 김 부부장은 오빠인 김 위원장 곁에서 점점 멀어졌다. 실제로 지난달 8일 진행된 북한 열병식에선 자신의 고모인 김여정을 밀어내고 전면에 나서는가 하면, 지난달 25일 평양 서포지구 새 거리 건설 착공식에선 김 위원장과 함께 동행한 것이다.
최근엔 김주애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우표까지 발행됐다. 이로 인해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낙점하고 후계자 수업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설이 제기됐지만, 북한식 후계자로 내정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주애를 후계자 내정 단계라 규정하는 것은 근거가 많이 부족하다"며 "김주애를 유용한 정치 선전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해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주애를 전면에 내보이는 이유는 김주애 한명이 아닌 백두혈통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결국 모든 연결고리의 끝에는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맹세가 있다"고 주장했다. 남한보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권력을 분산시키기 어렵단 설명이다.
고 전 부원장도 이런 변화에 대해 "모든 한국인이 이 장면을 봤다"며 "김여정이 '조카' 김주애한테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걸 입증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김정은이 어린 딸을 전면에 내세운 속내에 대해서는 "고위 관료와 군부 엘리트에게 4대 세습을 암시하는 건 물론 딸을 사랑하고 나라의 미래를 보살피는 '아빠'의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고 전 부원장은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다 탈북한 뒤 1991년 한국에 들어온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