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끊이지 않는 적정 축의금 논란…인맥·체면 ‘부담스런 문화’로 변질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13010006691

글자크기

닫기

설소영 기자

승인 : 2024. 11. 13. 15:49

카카오페이 데이터 분석 결과 축의금 평균 '9만원'
결혼식장 식대 7~9만원선…"밥값 기준 삼는 것도 방법"
GettyImages-jv13437499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경조사 비용이 우리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경조사 비용은은 단순한 금전적 지출을 넘어 인맥과 예의, 체면까지 아우르는 문화적 관습으로 정착해오면서 이제는 부담스러운 문화로 변질되고 있다.

13일 웨딩업계 등에 따르면 결혼식 축의금 문제는 최근 한 방송에서 논란이 됐다. 방송인 김종국이 지난 3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조세호 결혼식에 대한 뒷이야기를 나누다 유튜버 조나단을 두고 "축의금 얼마 하지도 않아 놓고 겁나 X 먹더라고"라고 언급하면서다. 온라인상에선 김종국의 해당 발언에 대해 "축의금 액수를 지적하는 듯한 발언은 부적절하다" "축하하러 기쁜 마음으로 가도 민폐, 진상 소리 듣는 세상이라니" 등의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엔 결혼식 청첩장 메시지를 받으면 '겁부터 난다'라는 직장인들이 많다. 직장인 최모씨(27)는 이날 회사 동료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내년 3월로 결혼식장을 잡았다는 것이다. 최씨는 아직 청첩장을 받지도 않았는데, 얼마를 해야 하나 고민부터 됐다. 최씨는 "회사 내 지인의 결혼식처럼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경우에는 얼마를 내야 할지 고민될 때가 많다"며 "물가가 높고 생활이 어려운데, 서로 적당히 축하해 주는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축·조의금 문화가 부담으로 변질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상승과 결혼식 문화의 변화로 인해 비용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경조사 비용으로 사회적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기고 경제적 부담까지 느끼기도 한다.
카카오페이의 축의금 송금 관련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축의금은 2021년 평균 7만3000원에서 2022년 8만원, 2023년 8만3000원, 올해는 9월 기준 9만원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6만원 △30~40대 10만원 △50~60대 12만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업계에선 결혼식 축의금을 정할 때는 흔히 결혼식장에서 제공하는 식비가 기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서울 대부분 결혼식장의 식대는 7만∼8만원 선이며, 강남권은 8만∼9만원을 상회하는 곳도 적지 않다. 식비는 해를 거듭할수록 오르는 추세다.

서울 송파구에서 자영업을 운영 중인 A씨(43)는 "축의금이 관례의 일부분이긴 하지만 갈수록 금액이 높아지는 것은 좀 아쉽다"며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조금 더 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들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웨딩업계는 매년 상승하는 물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비부부들이 올해 계약을 진행해 내년 날짜를 확정하더라도 내년 물가 상승을 고려해 가격을 측정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축의금을 주는 사람은 최소한의 금액으로 의례를 치르고 싶어도 받는 쪽의 기대에 부응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이 크다"며 "결혼식 축의금 문화가 본래의 상부상조 전통에서 시작되었지만, 현대에 들어 의미가 퇴색했다. 결혼식 축의금이 서로 부담 없이 축하의 의미를 전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화적 기준과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소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