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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고려아연 자원순환 청사진… 뉴욕 ‘도시광산’ 페달포인트·이그니오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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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안소연 기자

승인 : 2024. 12. 02. 15:29

뉴욕 브로드웨이 사무실서 본지 만나
스태프 16명 출근, 美 전역서 220명 근무
“캐터맨서 원료조달, 이그니오서 가공
트로이카 드라이브 완성 위한 필수 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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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포프 페달포인트 CEO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인터뷰에 앞서 미국 뉴욕 사무실에 걸려 있는 CI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소연 기자
미국 최대 연휴인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인근에 위치한 페달포인트 사무실을 찾았다. 페달포인트는 고려아연이 미국 내 전자폐기물 및 태양광 폐패널 등 도시광산 사업을 위해 설립한 미국 자회사다. 페달포인트는 최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인수가액이 과하게 책정됐다는 의혹을 내세운 이그니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그니오는 에브테라, 캐터맨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고려아연은 페달포인트를 통해 이그니오를 5819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한마디로 현재 고려아연 이슈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계열사다.

페달포인트 본사는 고층 빌딩 50층에 자리했다. 마크 포프 페달포인트 CEO를 포함해 열댓 명의 인원들이 근무 중이었다. 다음 날부터 연휴로 사무실을 찾은 날에는 2명이 휴가를 낸 상태였다고 현지 직원이 설명했다. 이 사무실에는 페달포인트 5명, 이그니오 7명, 에브테라 소속 4명 등 총 16명이 출근한다. 재무, 인사 등 스태프 인력이다. 본사 사무실 외에도 미국 전역에서 220명의 직원과 해외에서 8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포프 CEO는 "자원순환 사업은 폐기물을 원료로 하는 사업이라며 "전자폐기물, 전기차용 배터리 등을 원활히 확보하려면 배출이 가장 많은 미국 시장에 반드시 진출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 도시광산 블루오션 미국, 이그니오·캐터맨은 네트워크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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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페달포인트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 이 사무실에는 페달포인트, 이그니오, 에브테라 소속 직원 16명이 출근한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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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페달포인트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 이 사무실에는 페달포인트, 이그니오, 에브테라 소속 직원 16명이 출근한다. /안소연 기자
고려아연의 미래를 짊어진 신성장동력 '자원순환'의 핵심무대는 미국이다. 고려아연은 연간 약 4만톤의 '동' 생산능력을 완전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 연간 15만톤으로 증산하는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현실화를 위해선 산업 폐기물에서 원료를 얻어야 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적기에 확보하지 못하면 목표 달성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기회의 땅이다. 가장 많은 전자폐기물이 나오는 시장이며, 현재까지 블루오션이라서다.

소위 '도시광산'. 고려아연은 자원업계가 주목하는 전자폐기물 순환산업에 승부수를 띄웠고 속도감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가 '이그니오'를 중심으로 조직에 필수적이면서 유망한 밸류체인을 사들이고 있는 이유다.

포프 CEO는 이그니오의 인수가액 논란에 대한 질문에 "미래 시장을 생각하면 과한 금액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미국은 재활용률 자체가 굉장히 낮아 '블루오션'이라는 설명이다. 이그니오는 전자폐기물 원료 확보, 전처리 기술, 중간제품 생산, 주요 시장의 네트워크망을 보유한 기업이다. 고려아연은 이차원료 중심의 밸류체인 완성과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한 축인 자원순환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자회사라고 내세우고 있다.

포프 CEO는 "전자폐기물 재활용 시장은 경쟁이 심하고 원료를 확보하려면 강력한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그니오는 이미 미국 내에서 경쟁력 있는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그니오가 구축해 놓은 OEM, 리사이클링업체 등을 통해 고려아연에서 필요한 동 생산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기술이 있고 돈도 있는데 유통망이 없다"며 "이 유통망이 없으면 동 15만톤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인수가액이 전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다"고 재차 강조 했다. 또 "이 네트워크를 통해 고려아연은 구리 생산 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2차 원료에 대한 추가 기회도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원료 트레이딩 업체 캐터맨을 인수한 것도 재활용 동 제련 생산능력의 토대가 될 원료 확보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서다. 캐터맨이 이미 거래하고 있는 스크랩 원료 공급처를 통해 충분한 원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포프 CEO는 "고려아연은 제련소고, 캐터맨은 트레이더다. 전 세계적으로 금속을 거래하면서 그 흐름을 알고 있다"고 했다. 또 "캐터맨이 없었으면 가장 좋은 가격과 현재 수요, 공급의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가장 좋은 옵션을 파악하는 기간을 굉장히 많이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캐터맨을 통해 원료를 조달하고, 이그니오에서 소성품을 가공, 고려아연에서 최종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 밸류체인상 이그니오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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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포프 페달포인트 CEO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인터뷰에 앞서 미국 뉴욕 사무실에 걸려 있는 CI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소연 기자
◇필요한 원료 선별에 로봇 투입, 로보원 시너지
원료조달부터 최종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한·미를 넘나들며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한국 기업 '로보원'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로보원은 AI를 기반으로 로보틱 암(팔 역할을 하는 로봇)을 개발, 제조하는 회사다.

고려아연은 미국에서 휴대폰, 노트북 등의 전자 폐기물을 받게 되면 1차적으로 선별을 하는데 이를 사람이 직접 한다.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 로봇 기술을 사용해 경제적인 방법으로 선별 작업을 하고 필요한 금속을 회수하려는 전략이다.

포프 CEO는 "에브테라의 시카고 허브에서 먼저 로보원의 델타로봇 1대를 배치해 내년 초 시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기본 공정에서 선별하지 못한 유가금속을 추가로 회수하는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브테라의 다른 허브로도 도입할 예정이다.

그는 "폐기물 선별 단계에서부터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엑스레이 소팅 기계도 있고 배터리를 선별하는 기계도 도입한 상태"라고 했다. 세 번째는 로보틱 암이다. 최종 목표는 관련 분야에서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가 되는 것이다.

포프 CEO는 "MBK 같은 투자 회사들은 우리처럼 장기적인 계획과 다음 단계를 상상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는 이 사업에 대해 어떤 식으로 미래를 준비할 지 잘 알고 있지만, MBK가 그걸 어떻게 알겠느냐"고도 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이그니오에 대해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중요한 축"이라고 언급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페달포인트의 2023년 매출은 8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9% 증가했다. 페달포인트는 이그니오홀딩스 산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이그니오의 실적과 직결된다. 올 상반기 매출은 5721억원으로 6개월의 매출이 이미 전년도의 7배를 넘긴 상태다. 이는 올 4월 캐터맨 인수의 영향도 작용했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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