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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퇴직연금, 무늬만 연금에서 진짜 연금으로 탈바꿈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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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7. 06. 09. 06:00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퇴직연금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벌써 11년을 넘어섰다. 그 동안 이룬 성과도 만만치 않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147조원을 기록했고, 전체 근로자의 60%가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하지만 자축하기에는 이르다. 퇴직연금 도입의 주요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퇴직급여의 연금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퇴직급여 수령을 시작한 계좌에서 연금을 선택한 비율은 경우 1.6%에 불과했다. 이래서야 ‘연금’이라는 말을 붙이기조차 민망하다.

퇴직연금이 퇴직자의 안정된 노후소득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변화가 요구된다. 우선퇴직자에게 연금수령의 필요성과 장점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 퇴직자들이 연금보다는 일시금을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부채상환이나 자녀 교육·결혼자금 마련과 같이 목돈이 꼭 필요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관성이나 습관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는 일시에 수령한 퇴직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2016년 말 은퇴자(741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저축해 두고 생활비로 나눠 쓰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43.6%나 됐다. 여기에 “연금상품을 가입했다”고 답한 5.4%까지 더하면, 일시금 수령자 중 절반 가까이가 퇴직금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어차피 생활비로 사용할 것이라면 애당초 IRP에서 연금수령을 택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연금으로 받으면 절세혜택도 누릴 수 있다. 퇴직금을 일시에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세금을 최대 30%나 감면해 준다. 아직 이 같은 사실을 잘 모르는 퇴직자가 많다는 점이다. 앞서 설문조사에서 일시금 수령자 중 70%가 이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들 중 절반은 세제혜택에 대해 알았으면 연금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둘째, 저소득자에게 실질적인 세제혜택이 돌아가도록 세제 손질이 필요하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의 30%를 일괄 감면해 준다. 이러다 보니 세부담이 큰 고액 퇴직금 수령자만 연금을, 상대적으로 세부담이 적은 퇴직자는 일시금을 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연금 수령자와 일시금 수령자의 IRP 잔액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연금수령 계좌의 평균잔액은 3억 1070만원이나 됐지만, 일시금 수령 계좌의 잔액은 평균 1938만원에 불과했다.
연금수령기간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세법에서는 퇴직금을 10년 이상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소액 퇴직금 수령자에게는 용돈밖에 안 된다. 차라리 퇴직금을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까지 소득공백기간에 퇴직금을 집중수령해 생활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손질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퇴직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인출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필요하다. 보험회사의 연금보험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금리연동상품이다. 따라서 요즘 같은 저금리 시기에는 정기예금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인출전용 펀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펀드에서 노후자금을 빼 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인출기간을 확정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인출기간을 30년으로 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첫해에는 적립금의 30분의 1을 떼서 생활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자금은 펀드에서 운용한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남은 적립금의 29분의 1을 떼어 생활비로 쓰고 남은 금액은 다시 운용한다. 이렇게 하면 30년 동안 생활비를 빼 쓸 수 있다.

하지만 운용성과에 따라 매년 인출하는 금액이 달라진다는 문제가 있다. 반대로 매년 일정한 금액을 인출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자칫 운용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펀드 적립금이 조기에 고갈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인출금액과 인출기간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운용회사는 안정적으로 적립금을 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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