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에 따르면 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통일부·국방부·해양경찰 등 관계기관은 이씨 사망 전부터 사실상 손을 놓고 합당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안보실은 북한 해역에서 이씨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통일부에 위기 상황을 전파하지 않고, 상황평가회의도 열지 않았다. 안보실장과 위기관리센터장은 조기 퇴근해 버렸다. 한심한 안보컨트롤타워가 아닐 수 없다.
통일부 담당 국장은 장·차관에게 보고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이씨의 무사 여부도 파악하지 않고 퇴근했다. 합참은 통일부 소관이라 군에서는 대응할 게 없다고 국방부에 보고했고 국방부는 합참 보고에도 안보실에 대응 방안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경은 보안 유지를 이유로 추가 정보를 파악하지 않았다니 죽은 이씨와 가족만 억울한 노릇이다.
이씨 피살 후 정부는 사실을 은폐·왜곡하고 월북몰이에 나섰다. 사망했음에도 생존으로 발표하고, 자진 월북이라고 국민에게 알렸다. 다음 날 이씨 시신 소각에 보안유지 지침이 내렸고, 국방부는 합참에 비밀자료 삭제를 지시한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시신 소각을 알고도 부유물 소각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씨의 월북을 발표한 것은 국민 기만행위다.
이씨 사건은 문 정부가 국민이 피살되고 소각됐는데도 사실을 은폐·왜곡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살아 있는 사람은 방치하고, 죽은 사람을 살았다고 하고, 또 자진 월북했다고 몰아간 것은 이씨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정부는 이씨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정 최고책임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씨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